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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권 IRP 고객 쟁탈전 '예견된 완패'

부광우 기자
입력 2017.11.03 06:00
수정 2023.06.28 15:36

가입 대상 700만 확대 이후 첫 성적표 공개

최근 3개월 보험사 적립금 0.5% 증가 그쳐

은행 5.5%·증권 2.6% 성장…"영업력 한계"

국내 43개 금융사의 올해 9월 말 기준 IRP 적립금은 14조2722억원으로 지난 6월 말(13조7108억원) 대비 4.1%(5614억원)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보험업계가 가장 부진한 모습이었다. 보험사들의 IRP 적립금 규모는 2조1287억원으로 같은 기간(2조1175억원) 대비 0.5%(112억원) 늘어나는데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를 맴돌았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보험사들이 크게 확대된 개인형퇴직연금(IRP)을 둘러싼 경쟁에서 은행과 증권사들에게 완패했다. 가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IRP 시장이 700만명이 넘는 새 고객을 맞이하기 시작한 이후 공개된 첫 성적표에서 보험업계는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은행이나 증권사에 비해 고객 접근성과 영업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분명한데다 보험사는 물론 주요 판매 채널인 설계사들마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보험업계의 IRP 경쟁력 약화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43개 금융사의 IRP 적립금은 14조2722억원으로 지난 6월 말(13조7108억원) 대비 4.1%(5614억원)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보험업계가 가장 부진한 모습이었다. 보험사들의 IRP 적립금 규모는 2조1287억원으로 같은 기간(2조1175억원) 대비 0.5%(112억원) 늘어나는데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를 맴돌았다.


개별 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의 IRP 증가 액수가 그나마 큰 편이었다. 이 기간 삼성생명의 IRP 적립액은 9358억원에서 9566억원으로 2.2%(208억원) 늘었다. 이어 미래에셋생명이 798억원에서 831억원으로 4.1%(33억원)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보험사들의 IRP 적립금 규모는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실제로 감소세를 보인 보험사가 10곳으로 증가세를 나타낸 곳(5개사)보다 훨씬 많았다.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제일 가팔랐던 곳은 은행권이었다. 은행들의 IRP 적립금은 8조7261억원에서 9조2023억원으로 5.5%(4762억원) 늘었다, 증권사들의 IRP 적립금 액수도 2조8672억원에서 2조9412억원으로 2.6%(740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IRP 시장 규모 변화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가입 대상 확대 직후 초반 판도를 짚어볼 수 있는 첫 지표이기 때문이다.


IRP는 지난 7월 26일부터 자영업자와 공무원 등도 가입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약 580만명의 자영업자와 150만명 가량인 공무원·사학·군인·별정우체국 연금 가입자 등 730만명이 새로운 IRP 가입 대상자가 됐다. 이전까지는 퇴직금 수령자나 퇴직연금 가입자만 IRP가입이 가능했다.


보험업계는 애초에 은행이나 증권사들에 비해 IRP를 팔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IRP는 고객과의 접근성이 높을수록 판매가 유리하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영업망이 있는 은행이 가장 큰 수혜자이고, 프라이빗뱅커(PB)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의 경우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IRP 가입자를 많이 늘렸다"며 "보험은 은행에 비해 고객 접근성이 떨어지고, PB 경쟁력은 증권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IRP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런 이유에 더해 보험업계 스스로가 IRP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점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사들이 IRP 판매에 적극 나설 만한 유인이 없었던 데다 현장에서 영업을 하는 설계사들도 주요 상품이 아닌 IRP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는 IRP를 파는 것보다 연금저축과 같은 기존 보유 노후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수익성에 유리하다"며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IRP 확대 시책을 쓰지 않다 보니 설계사들 입장에서도 수수료를 기대하기 힘든 IRP 판매에 굳이 힘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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