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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깜빡이' 보험업계 채권發 손실 우려 '솔솔'

부광우 기자
입력 2017.10.25 06:00
수정 2017.10.25 06:48

매도가능채권 306조6695억원…최근 5년여 간 67조3330억원 급증

저금리 속에서는 효자였지만…금리 인상 시 평가손실 발생 '부메랑'

IFRS17 대비 부담 가중…RBC비율 깎아내릴 새 복병 등장에 '긴장'

국내 40개 생명·손해보험사의 올해 6월 말 기준 매도가능증권 자산 중 채권은 총 306조66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액수는 2012년 말과 비교하면 28.1%(67조3330억원) 급증한 것이다. 최근 5년여 간 조사 대상 보험사들의 매도가능채권 액수는 ▲2012년 말 239조3365억원 ▲2013년 말 240조1347억원 ▲2014년 말 282조7973억원 ▲2015년 말 309조49억원 ▲2016년 말 321조5688억원 등으로 늘어왔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보험업계를 둘러싼 채권평가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만기 이전에 팔겠다고 분류해 놓은 채권은 최근 5년여 사이에만 70조원 가까이 늘었는데, 금리가 오르게 되면 이런 유형의 채권에서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재무 부담을 키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시기인 탓에 걱정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40개 생명·손해보험사의 매도가능증권 자산 중 채권은 총 306조6695억원이다. 업권별로 보면 생보사가 234조1130억원, 손보사가 72조5565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면서 중간에 매각할 매도가능증권과 끝까지 보유할 만기보유증권을 구분한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매도가능증권의 경우 분기별로 시장가치를 따져 평가이익이나 손실이 자본에 즉각 반영되는 반면, 만기보유증권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해 변동성이 적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장기적으로 이어져 온 저금리 기조 속에서 매도가능증권에 속하는 채권 규모를 꾸준히 늘려 왔다. 2011년 6월 3.25%로 정점을 찍은 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2012년부터 현재까지 보험사들이 늘린 매도가능채권 규모만 67조원을 넘을 정도다.

최근 5년여 간 조사 대상 보험사들의 매도가능증권 내 채권 액수는 ▲2012년 말 239조3365억원 ▲2013년 말 240조1347억원 ▲2014년 말 282조7973억원 ▲2015년 말 309조49억원 ▲2016년 말 321조5688억원 등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말 액수는 2012년 말과 비교하면 28.1%(67조3330억원)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저금리 기조 속에서 매도가능채권을 늘린 이유는 회사 실적에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원가 기준인 만기보유채권과 달리 시가 평가 대상인 보험사 매도가능채권은 금리가 낮으면 상대적으로 평가이익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한은이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 인상을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상황은 급변하는 분위기다.

지난 주 열린 한금 금통위에서 이일형 위원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금통위가 16개월째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가긴 했지만, 7년여 만에 나온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견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욱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8%에서 3.0%로 0.2%포인트 올린 점도 금리 인상 가속화에 힘을 싣는 배경이다.

금리가 반등하게 되면 보험사들의 만기보유채권에서는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금리가 떨어지던 시기에 반영되는 평가이익의 반대급부인 셈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시장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국내 보험사의 채권평가 손실이 9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상승폭이 1.0%포인트까지 높아지면 채권 손실은 19조1000억원까지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IFRS17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채권 평가손실을 둘러싼 보험사들의 부담을 배가시키고 있다. 2021년 본격 시행 예정인 IFRS17은 향후 내줘야 할 보험금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한다. 최근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과 이를 통한 지급여력(RBC)비율 끌어올리기에 여념이 없는 이유다. RBC비율은 보험사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채권평가 손실은 보험업계의 RBC비율까지 깎아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시장금리 0.5%포인트 상승 시 29.7%포인트, 1.0%포인트 상승 시 59.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대비를 위해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진 보험사들에게 그동안 크게 늘린 채권 보유량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며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보험사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압박은 점점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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