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업무 처리 로봇' RPA 韓 보험업계 첫 선 '눈길'
입력 2017.10.21 07:00
수정 2017.10.21 07:52
라이나생명 '라이나 봇' 적용…인력·시간 소요 크게 줄여
글로벌 보험·금융사들 내부 프로세스에 RPA 도입 다수
계약 관리·보상금 지급 정확성 개선 기대 보험업계 관심
단순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는 가상로봇인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가 국내 보험업계에 첫 선을 보였다.
보험사는 이 같은 디지털 노동을 통해 다른 산업군과 마찬가지로 조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음은 물론, 계약 관리와 보험금 지급의 정확성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업계의 RPA 확산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부터 라이나생명은 국내 보험사들 중에선 처음으로 RPA 시스템인 라이나 봇(LINA BOT)을 실제 업무에 적용했다.
라이나 봇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해야하는 일을 로봇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솔루션이다. 이를 통해 많은 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단순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라이나생명은 라이나 봇 적용 후 하루 약 23시간이 소요되던 반복 업무가 약 1.87시간까지 줄었다고 전했다.
라이나 봇은 개발자뿐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오류를 수정하고 프로세스 개선을 반영할 수 있는 운영 체계도 갖췄다. 라이나생명은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보다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업무에도 라이나 봇을 활용할 계획이다.
주요 해외 보험사들은 이미 내부 업무 프로세스에 RPA를 도입한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위스 보험사인 취리히 보험그룹이다.
취리히 보험그룹은 사내 컴퓨터에 RPA 관련 소프트웨어를 설치, 보험계약 관리와 보상금 지급 등 주요 업무 처리에 걸리는 속도와 정확성을 제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영업부서의 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업무상 과실을 대폭 줄이고, 프로세스의 표준화를 통해 업무 처리 과정의 투명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보험뿐 아니라 다른 금융권에서도 RPA 확산은 글로벌 트랜드가 되고 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금융시장을 분석하기 위해 인공지능 분석 업체인 켄쇼에 약 1500만달러를 투자했다. RPA 적용을 통해 골드만삭스는 기존에 애널리스트 15명이 4주 동안 걸려 분석하던 복잡한 금융데이터를 단 5분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또 호주의 대형 은행인 커먼웰스 은행은 RPA 도입을 통한 무인화로 대출 업무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했다. 여기에 더해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일으킬 수 있는 기입 오류를 줄이고 있다.
특히 대량의 고객 정보 관리가 중요한 보험업계의 경우 RPA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와 가입자 간 분쟁의 핵심인 보험금 산정과 지급 과정이 투명해지면서 고객들로부터의 신뢰 개선도 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자연언어로 소통하는 새로운 노동 형태인 디지털 노동이 부상하고 있다"며 "RPA는 사람이 하는 저부가가치 업무를 자동화 처리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업무와 차별적 비즈니스 가치 발굴 등 창의적 업무에 인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