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일까 독일까' 인슈테크의 두 얼굴…보험업계 셈법 분주
입력 2017.06.06 07:00
수정 2017.06.06 08:22
소규모 전통적 보험사 문 닫을 수도…소비자 선택권 축소 우려
보험 산업 경쟁력 약화 전망 제기…감독 당국 역할 중요성 증대
보험과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인슈테크를 둘러싸고 보험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당초 청사진만 봤을 때는 보험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을 받았지만, 점점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인슈테크가 보험사들에게 꼭 장밋빛 미래만을 선사하지는 않을 것이란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인슈테크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구체적 시나리오들을 검토하기 시작한 보험업계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보험감독자협회(IAIS)는 ‘보험 산업에서의 핀테크 발달’ 보고서를 통해 핀테크 혁신이 보험업계에 가져다 줄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전망했다.
보고서는 인슈테크 금융혁신으로 ▲보험 산업의 경쟁력 약화 ▲소비자 선택 제한 및 영업행위 문제 ▲상호 연결성 증가 및 재무건전성 문제 ▲감독 능력 약화 ▲데이터 소유권 논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우선 보험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추세에서 기술에 정통한 기업은 경쟁력이 높아지고 보험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지만, 소규모의 전통적 보험사들은 생존할 수 없을 수도 있어 보험회사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기존 보험사는 축적된 개별 계약자의 데이터에 기반해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보험 상품이 개인 맞춤형으로 변하면서 가격비교 가능성이 낮아져 선택이 제한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와 함께 클라우드 저장소나 소프트웨어 공급자 등으로 제한돼 있는 기술 플랫폼 여건 상 기업 간 상호 연결성이 증가하게 되면, 기존 보험사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종류가 다른 경쟁자들이 보험시장에 참여하게 되면서 보험업 가치 사슬이 더욱 분리, 감독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개인정보의 소유권과 보호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인슈테크 금융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보험 계약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보험 감독과 규제의 균형 잡힌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진억 보험연구원 수석담당역은 "감독 당국은 새로운 보험 상품과 사업 모형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위해 핀테크 혁신에 대해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혁신에 따른 위험과 보험 계약자 및 보험 부문의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조정하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