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100일] '숫자'에 갇히지 않을까?
입력 2017.08.15 05:00
수정 2017.08.15 05:15
MB정부 '747' 박근혜정부 '474'…"문재인 정부는 안 한다"
'5대비리 인사 원칙', '여성장관 30%' 공약 지키기 '허덕'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김영주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 부문은 모호한 수사로 채워졌다.
200페이지에 달하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서에 재원마련 부문은 3쪽에 불과했고, '증세'는 한 글자도 거론되지 않았다.
향후 5년간 세수 자연증가분과 지출 절감만으로 178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은 "대책 없는 신기루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구체적 '숫자'를 꺼내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재정지출을 늘리는 건 쉽지만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선 결국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저항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정부여당이 우선 내놓은 안이 증세대상을 '초고소득자-초대기업'으로 국한시켰다. 나머지 증세 문제는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매년 재정지출 규모는 늘고, 세수 자연증가분은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문재인 정부는 '숫자'를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다.
'5대비리 인사 원칙', '여성장관 30%' 공약에 '진땀'
숫자는 민감한 약속이다. 정책의 실행‧성패 여부가 숫자로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적폐청산', '검찰개혁', '탕평인사'처럼 공약(公約)일지 공약(空約)이 될지 모를 정치적 구호와는 다르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숫자로 내세웠던 '5대비리 인사 원칙'과 '여성장관 30% 공약'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특히 '5대 비리(병역기피·부동산 투기·세금 탈루·위장전입·논문 표절) 전력자 공직 배제'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문 대통령은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아직까지 수정된 원칙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장관 30%' 공약은 지난 14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면서 '가까스로' 달성됐다. 현재 여성 국무위원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5명이다.
MB정부 '747' 박근혜정부 '474'…"문재인 정부는 안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장기 경제정책을 수립하면서도 과거 정부처럼 목표 경제성장률을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무책임한 숫자놀음'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만 추구하는 정책으로는 중산층을 되살리면서 국민 삶을 개선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747', 박근혜 정부의 '474'과 같은 장밋빛 목표를 두는 것은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두 공약 모두 목표치 숫자를 달성하는데 실패했고, '선거용 구호'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은 △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선진국 진입이고, 박근혜정부의 474비전은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의미한다.
지난 정부에선 숫자를 목표로 두다 보니 무리한 재정운용이 이어졌고, 결국 성장 보다는 양극화만 심해졌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