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남 취임식과 반쪽 비지니스석
입력 2017.07.26 09:56
수정 2017.07.28 17:01
월드리그 출전 선수 절반만 비지니스석 제공
아시안게임 김치찌개 회식 이어 또 논란
남녀 배구대표팀에 대한 비지니스석 차별로 도마에 오른 대한배구협회를 향한 비난 여론이 쉽게 가라않지 않고 있다.
발단은 남녀 대표팀을 향한 항공권 좌석 차별에서 시작됐다.
협회는 오는 8월 세계선수권 아시아예선을 치르기 위해 이란으로 떠나는 남자 대표팀 14명 전원의 항공편을 비지니스석으로 예약했다.
반면 오는 29일 열리는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결선을 위해 체코로 떠나는 여자 대표팀의 경우에는 12명의 선수 가운데 6명만 비지니스석, 나머지 6명은 이코노미석을 배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협회는 열악한 재정 상황을 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협회의 부실 지원 논란 속에 IBK 기업은행이 지난 25일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후원하기 위해 3000만원을 긴급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나라를 대표하는 팀을 협회가 아닌 기업이 후원에 나서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재정이 없다는 협회는 전날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특급호텔에서 오한남(65) 신임 회장의 취임식을 열어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선수들 지원은 못해줄망정 고위급 임원들 중심으로 값비싼 호화 취임식을 열었다는 논란이다.
이 같은 논란으로 상처를 받게 된 것은 선수들이다. 특히 여자배구대표팀의 경우 2014 아시안게임 당시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 뒤 김치찌개 집에서 회식을 한 사실이 지난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협회가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부실한 지원이 도마에 오른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번에는 항공권 차별 논란이 불거지면서 협회는 여자배구대표팀을 두 번 죽이는 셈이 됐다.
여자배구는 대한민국 남녀 구기종목 통틀어 올림픽에서 메달 가능성이 높은 몇 안 되는 종목이다.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추고 있는 에이스 김연경이 건재하고, 3년 뒤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서도 메달에 도전하는 팀이다.
여자배구를 향한 국민의 관심과 성원은 최근 수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대회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반면 협회의 지원은 대표팀에 대한 관심과 경기력만큼 비례하는 것 같지 않아 유감스럽다. 부디 이번 사태로 인해 머나먼 체코에서 2그룹 우승 도전에 나서는 여자 배구대표팀이 또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