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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김재환-헥터 타이틀 수상 정당한가

김윤일 기자
입력 2017.07.24 00:04
수정 2017.07.24 07:43

헥터와 김재환, 과거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 전력

MVP 및 각종 타이틀 수상 가능성 높아

헥터와 김재환에게는 '약물'이라는 전력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 연합뉴스

스포츠에서 ‘금지약물’ 복용은, 모든 스포츠의 출발은 동등하다는 기본적인 명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대표적인 반칙 행위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따르면,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은 의학적 처치를 받을 때 자신이 선수임을 밝히고 금지약물이 없는 약물 처방을 요청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도핑테스트 적발 시 1차적 책임이 선수에게 있다는 뜻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모든 스포츠에서 도핑을 금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경기력 향상으로 공정해야할 스포츠 정신의 위배, 그리고 부적절한 약물 사용으로 선수생명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두 선수가 있다. 바로 KIA의 에이스 헥터 노에시와 두산의 4번 타자 김재환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금지약물 복용 적발자라는 점이다.

헥터는 KBO리그에 오기 전인 지난 2006년 뉴욕 양키스 마이너 소속 당시 경기력 향상 물질, 즉 PED(Performance-Enhancing Drugs) 복용 적발로 이듬해 50경기 출장 정지를 당한 적이 있다.

이유는 있었다. 도미니카 출신인 헥터는 미국으로 막 건너왔을 당시 깡마른 몸을 극복하기 위해 근육강화제를 복용했고, 알고 보니 금지약물이었다는 것.

김재환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재환은 2군 시절 파나마 야구월드컵에 참가했는데 대회 폐막 후 도핑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 이에 대해 김재환은 친구인 트레이너가 건넨 피로회복제를 무심코 먹었다고 밝혔다.

금지약물 테스트에 적발되는 선수들 대부분은 ‘모르고’ 먹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한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상기 서술했듯 선수들에게는 모든 약을 먹기 전 성분을 꼼꼼히 살펴야할 의무가 있다. 즉, 고의든 아니든 프로 정신을 망각한 행위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KIA 헥터는 올 시즌 14승 1패 평균자책점 3.19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20승은 거뜬해 보이고 그 이상의 성적도 도전해볼 수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선두를 달리고 있는 KIA의 상황과 맞물려 MVP 후보로 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재환도 지난해에 이어 엄청난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타율 0.353 26홈런 70타점을 기록 중인 김재환은 KIA 최형우, SK 최정과 함께 리그를 지배하는 타자 3인방으로 꼽힌다. 지금의 기세라면 2014년 서건창에 이어 역대 두 번째 200안타를 달성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약물 전력 선수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 있으면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헥터와 김재환의 기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각에서는 이들의 이름 앞에 ‘*’과 같은 표시를 따로 해 일반 선수들과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개인 타이틀 투표에서 후보 선정 제외도 당연한 수순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반면, 정당한 절차에 의한 징계를 받았고, 워낙 오래 전 일이니 이제는 그만 용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금지약물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적발된 선수들에게 무거운 징계를 내리고 있다. 라이언 브론은 2011년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한 두 달 뒤 테스토스테론 양성반응이 나와 65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고,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한 시즌에 해당하는 162경기를 나올 수 없었다.

약물 복용 의혹 또는 적발자에 대해서는 선수 경력을 따지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는 여전히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무려 세 차례나 적발된 ‘간 큰 남자’ 헨리 메히아는 사상 첫 영구 제명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그리고 약물에 적발된 선수들은 골드글러브나 실버슬러거는 물론 올스타전에도 외면 받는 존재로 전락한다.

KBO리그는 최근에 와서야 징계가 엄격해졌지만, 이전까지는 그야말로 솜방망이 징계만을 내렸다.

2002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KBO리그 첫 적발자가 된 진갑용은 징계를 받지 않은 것은 물론 그해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2006년 박명환 역시 국제야구연맹으로부터 2년간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으나 같은 날 LG와 4년 40억 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맺으며 징계 없이 묻히고 말았다.

현재 논란 중인 김재환은 고작 10경기 출장 정지를 받은 뒤 ‘봉인 해제’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고 지난해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해 논란이 크게 일었다. 한화 최진행은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결과를 받고서도 한동안 구단 측이 경기에 출전시켜 팬들의 빈축을 샀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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