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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뷰] 80년 만에 깨어난 박제된 천재 '스모크’

이한철 기자
입력 2017.04.29 10:01
수정 2017.04.30 14:36

천재 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 모티브로 한 뮤지컬

여전히 친절하지 않지만, 파고들수록 깊은 매력

뮤지컬 '스모크' 공연 사진.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여전히 친절하진 않지만,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이상의 연작시 ‘오감도(烏瞰圖) 제15호’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뮤지컬 '스모크'는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초(超)', 순수하고 바다를 꿈을 꾸는 '해(海)', 그들에게 납치된 여인 '홍(紅)' 세 사람이 함께 머무르며 일어나는 미스터리 한 일을 그린다.

뮤지컬 ‘스모크’는 세상과 발이 맞지 않았던 절름발이 이상의 삶과 예술, 고뇌를 세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특히 한정된 공간 안에서 터져 나오는 캐릭터의 강렬한 감정은 관객의 가슴을 파고들며 강한 울림을 전한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색을 살리는 동시에 시대 배경인 식민지 사회의 어두운 공기를 담아낸다.

유성기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후미지고 낡은 '초'와 '해'의 아지트는 비밀스러운 작품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한편, 암울한 시대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뮤지컬 '스모크' 공연 사진.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극 초반 '홍'의 집안이라고 등장하는 '미쓰코시 백화점'은 당시 호화와 첨단의 극치를 자랑했던 르네상스식 건물이었다. 모던함과 화려함의 향기에 취해 모던 보이, 모던 걸 들이 부나비처럼 드나들었던 곳, '미쓰코시 백화점'은 뮤지컬 '스모크' 속 '초'와 '해'가 갈망했던 바다 만큼이나 식민지 지식인의 실상을 망각하게 하는 판타지와 같은 공간이다.

'초', '해', '홍', 캐릭터의 개인적인 삶을 파고드는 듯한 뮤지컬 '스모크'의 스토리는 극이 진행될수록 시인 이상의 삶과 예술, 작품 세계를 나타내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성, 식민지 조국에서 살아야만 했던 예술가의 불안, 고독, 절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날고 싶었던 열망까지. 뮤지컬 '스모크'는 세 명의 등장인물과 상징적 소품을 통해 세상과 발이 맞지 않았던 절름발이 이상의 고달픈 영혼을 작품 속에 깊이 녹여낸다.

그러나 그 아픔 이면에 이상이 꿈꾸던 이상향에 대한 동경, 꿈에 대한 이야기 역시 놓치지 않으며 관객들에게 잔잔한 희망을 전한다.

뮤지컬 '스모크' 공연 사진.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뮤지컬 '스모크'는 뮤지컬 '인터뷰'로 국내를 넘어 세계무대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추정화 작·연출과 허수현 작곡·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해 함께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뮤지컬 '스모크'의 연출을 겸하고 있는 추정화 작가와 음악감독으로도 참여하는 허수현 작곡가는 두 사람은 작품의 핵심 소재인 ‘오감도’ 외에도 ‘건축무한육면각체’ ‘회한의 장’ 소설 ‘날개’ ‘종생기’ 등 한국 현대 문학사상 가장 개성 있는 발상과 표현을 선보인 이상의 대표작을 대사와 노래 가사에 절묘하게 담아냈다.

일상적 문법 질서를 파괴하는 난해한 시구와 글은 작품의 스토리에 유기적으로 얽혀 관객을 흥미로운 이상의 작품 세계로 인도한다. 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감각적인 음악 역시 관객이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은성, 김재범, 김경수, 박은석, 정원영, 윤소호, 정연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배우들은 탁월한 연기력과 강렬한 에너지로 관객들을 시인 이상의 심오한 작품 세계로 인도한다. 특히 JTBC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를 통해 가창력은 물론, 스타성까지 확인한 배우 고은성은 한층 더 무르익은 모습이다.

5월 28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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