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정운찬 추진 '비문 단일화', 성사 가능성은?
입력 2017.03.23 14:05
수정 2017.03.23 14:29
김종인 주축 '비문' 후보 단일화…4월 15일 이전 목표 추진
한국당·바른정단간 합의가 '첫 단추'…홍석현 참여 여부 변수

'반패권주의'를 기치로 '비문(비문재인) 연대' 구축에 정치 인생을 던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최근 공개 행보를 하지 않으면서 대선 정국 역할을 상실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비문 단일화'를 위해 외연확장 움직임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당장 김 전 대표는 23일 '비문 단일화' 계획과 일정 등의 윤곽을 잡았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과 조찬회동을 가지면서 밑그림을 그렸다.
김종인 주축 '비문(비문재인) 후보 단일화'…4월 15일 이전 목표 추진
김 전 대표는 비문(비문재인) 진영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일단은 각 당 경선이 끝나야지 후보가 누가 돼야 하느냐를 협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 대상은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어 김 전 대표는 "대선이 길게 남지 않았으니 불과 4월 15일 이전에는 뭐가 되도 되지 않겠느냐"라며 "그 전에는 내가 보기에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있어서 무엇이라고 말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민주당을 제외한 각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후에 '개헌' 등을 고리로 다음달 중순까지 '비문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비문 후보 단일화' 과연 성사될까…한국당·바른정단간 합의가 '첫 관건'
관심은 '비문 단일화'가 실제로 성사될지 여부다. 김 전 대표는 지난 8일 민주당을 탈당한 후 연일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며 '제3 지대' 불씨를 지피려 애썼다. 하지만, 지난 16일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그리고 정운찬 이사장 등을 초대한 자리가 불발돼 좌초위기를 맞았다.
이를 놓고 정치권은 각 정당 대선주자들이 뭉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마련하지 못한 데 따른 '실패'로 규정짓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전 대표는 정 이사장과 1차적으로 '비문 단일화' 윤곽을 잡아 재시동을 걸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의 계획에 동참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시각과 '이미 늦었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비문 단일화' 가능성으로 보자면, 각당의 경선이 끝난 후 '문재인 대세론'을 깨뜨리기 위해서라도 협의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14일 바른정당의 대주주격인 김무성 의원을 만난 것이 '비문 연대'를 구축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되고 있는데 연장선상에서 김 전 대표와의 결합도 점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후보연대 단일화' 추진 상황에 따라 김 전 대표가 가세하는 방안으로 볼 수 있는데, 실제로 23일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살필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날 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는데 그 내용이 '후보연대 단일화'건이다.
정 원내대표가 받은 문자 내용은 "김종인 전 대표와는 경선 끝나기 전에 우선 3자(한국당, 바른정당, 김종인)간에 후보연대 단일화 추진에 대한 입장 조율을 해놓으시고, 시기와 방법, 연대시 통합 등 방안에 대해서도 사전 강구와 교감을 해 나가야 합니다"였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광주 경선 결과 이후 '비문 연대'의 한 주축으로 홍석현 전 중앙미디어그룹 회장이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오고 있다.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대 대선에서 보수정당 주자들의 지지율을 합하면 48%는 나왔다. 이러한 점을 기초할 때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제3지대'가 지금 대선정국에서 유효한 효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김 전 대표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기 때문에 논의가 현실화하기란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비문 단일화'를 말하는 대상들은 실제 가능성보다는 대선 이후에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라며 "저마다 다른 셈법을 가진 대상들이 한데 뭉친다 해도 파괴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비문 단일화'를 이루는 데 주요 인물로 꼽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여전히 부정적 입장이어서 실제 김 전 대표가 추진하는 '비문 연대'의 부상이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