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홍준표, 보수층 결집시키는 ‘견인차’ 역할?
입력 2017.03.09 06:30
수정 2017.03.09 06:34
유력 주자로 부상하며 타 주자 관심도 이끌어…야권 위협
'12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때 유사…지지율 동반상승 효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침체된 보수 진영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이 보수 진영의 유력 주자로 자리 잡으면서 본인의 지지율은 물론, 타 주자들의 동반상승도 이끌고 있다는 것. 황 권한대행은 어느 정도 고정된 지지율로 보수층에 안정감을 주고, 홍 지사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샤이 보수’를 밖으로 끌어내 지지층 결집에 큰 몫을 했다는 해석이다.
보수 진영 안팎에서는 조기 대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경우 자유한국당은 특히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 판도를 뒤집을 주자가 있지 않은 한 대선 필패(必敗)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황 권한대행과 홍 지사가 주목받고 있다. 황 권한대행과 홍 지사가 보수 진영의 견인차 구실, 즉 보수 진영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 올려 보수 진영에 활기를 불어넣고, 야권에 쏠린 대선 주도권을 어느 정도 되찾아 올 수 있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두 사람이 출마한다면 ‘둥지’가 될 가능성이 큰 한국당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이들이 본격 등장한 ‘대선 방정식’을 고민하는 모양새다.
황 권한대행은 보수 주자 중 지지율이 가장 높고, 10%대 지지율을 한 달 이상 유지하면서 보수층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 탄핵 심판 이후 결과가 어떻든 간에 ‘밴드 웨건 효과’에 따라 보수층 결집의 명분이 될 수 있다. 또한 보수 주자 가운데 단숨에 2위에 올라선 홍 지사는 트레이드 마크인 ‘거침없는 발언’으로 ‘샤이 보수’를 밖으로 이끌어 내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두 사람의 역할은 2012년 당시 문재인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비슷하다는 해석이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독주 속에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하면서 야권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덩달아 두 사람의 지지율도 오르는 효과를 봤다.
실제 황 권한대행과 홍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타 주자들의 동반상승을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 상승 수치는 미미하지만, 헌재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야권 주자들의 하락세와 겹치며 특별한 의미로 해석된다.
본보와 알앤써치가 8일 발표한 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은 전주보다 1.3%p 오른 13.8%다. 2월 넷째 주 조사 이후 3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홍 지사도 2월 넷째 주 조사(1.0%)에서 처음 이름을 올린 후 이번 조사에서 2.9%로 급등했다. 또한 5%대 미만에서 들쑥날쑥한 지지율 수치를 보였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전주보다 0.9%p 올랐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3주 연속 상승하며 2.3%를 기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8일 본보와 통화에서 “황 권한대행이 보수층의 대안 주자로 부각되면서 중하위권 보수 주자들에 대한 관심도도 덩달아 늘어나는 등 시너지 효과가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홍 지사도 소위 ‘막말’로 보수층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면서 시선 끄는 데에 한몫 했다. 이로 인해 침묵하던 샤이 보수가 점차 자기 의견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조사 지지율 수치를 보면 15~20%였던 보수 주자들의 지지율 합계가 최근 23% 이상이 됐다”며 “두 사람에 대한 주목도가 보수 진영에 관한 관심까지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도 “지지율은 보통 유력 주자가 후발 주자들의 지지율 상승까지 이끈다. 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도 그렇다”며 “보수 진영에선 황 권한대행이 견인차 구실을 하고 홍 지사가 탄력을 주는 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