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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거니 뒤서거니 '부결시 사퇴'에 '쇼잉' 논란

전형민 기자
입력 2016.12.09 00:05
수정 2016.12.09 06:49

'사퇴 후 대책 없는 무책임한 주장' 비판

300명중 165명 전원 사퇴하면 국회는 '위헌기관' 전락

야3당의 8일 '탄핵소추안 부결시 사퇴'결의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국민을 향해 결의를 표현한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지만 '사퇴 카드'를 경쟁적으로 꺼내드는 모양새나 '사퇴 그 후'에 대한 대책이 마땅치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은 지난 7일 야3당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의대회 모습.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사퇴 후 없는 무책임한 주장' 비판

헌정 사상 두번째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국회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원내 정당인 야3당이 '소속 국회의원 전원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작성하며 배수진을 쳤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야권의 '사퇴 카드'에 대해 국민을 향해 결의를 표현한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지만 '사퇴 카드'를 경쟁적으로 꺼내드는 모양새나 '사퇴 그 후'에 대한 대책이 마땅치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사퇴 카드'는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먼저 꺼내들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원내대표단은 민주당 의원 전원이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작성, 지도부에 제출할 것을 제안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탄핵을 가결시켜야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경쟁하는 국민의당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을 의원총회에서 의결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열린 의총에서 '탄핵안 부결 시 전원 의원직 사퇴'를 당론으로 정했다. 당 소속 의원 38명 전원은 위 내용의 사퇴서에 서명하고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제출했다. 정의당도 동참했다. 정의당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야2당이 결의한 의원직 총사퇴에 정의당도 함께 한다"며 "만에 하나 부결될 경우 20대 국회는 해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야3당 의원들의 사퇴 결의에 대해 일부의 주장처럼 '의회 해산'은 아니더라도 사실상 해산에 가까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야3당 소속 의원은 총 재적의원 300명중 165명으로 이들이 전원 사퇴할 경우 국회는 헌법 제41조 '국회는 선거에 의회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하고 그 수는 200인 이상'이라는 규정에 의해 '위헌 기관'으로 전락하고 사실상 '입법 기관'으로서 그 기능이 중단된다는 주장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지난 5일 저녁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촛불로 '탄핵' 글씨를 새긴 가운데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러나 야권 국회의원들의 결의와는 별개로 이런 결의가 하나의 '쇼잉(showing)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원직 사퇴'를 거론할 정도의 결기를 가졌고 어차피 야권이 함께할 것이었다면, 탄핵 전날에서야 마치 '경쟁하듯 앞다퉈' 조건부 사퇴를 선언할 것이 아니라, 각 당 대표들이 그간 수없이 강조한 '야권공조'의 모습을 보여 진작에 함께 선언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여권대 야권 구도가 조성되면서 사퇴 카드를 통해 여당 비박계를 효과적으로 압박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곁들여졌다.

부결시 사퇴로 인한 사실상의 국회 해산이 불러올 국정공백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정치권이 '무책임함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주장이다.

삼권분립을 근간으로하는 우리나라의 정치 토양에서 지지율 5%를 면치 못할뿐만 아니라 이미 탄핵소추의 칼날이 목끝까지 들어온 행정부수반(대통령)은 사실상 그 수명이 다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사실상의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입법부와 사법부는 서로를 견제하고 지탱하면서 빠른 시일내 행정부 공백을 메꿔야하는데 입법부의 '셀프 사퇴'는 오히려 국정 혼란·붕괴를 초래한다는 의견이다.

관련해 일부에서는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측에서 '국정 혼란 야기'를 문제삼아 야권 의원들의 사퇴를 '만류'하고, 마지못해 야권이 이를 받는 식으로 사태가 정리될 수도 있다고도 내다봤다. 헌정 이후 지금까지 의원직을 사퇴한 의원들이 대체로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이를 결정했다는 전례도 '사퇴 카드'의 순수성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국회 의안과의 유권해석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의안과는 야당 의원의 사퇴에 따른 '국회 해산'에 대해 "초유의 사태이기는 하나 의원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 하인만큼 국회 해산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고 결원 만큼 보궐선거에서 충원하면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의안과의 해석대로라면 국회는 재적의원 300명에서 '사퇴'한 야3당 소속 의원 165명을 뺀 135명이 재적 총수가 돼서 내년 4월 재보선까지 운영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본인들이야 책임지겠다는 핑계로 사퇴하고, 성난 민심만 피하면 '땡'이지만 국회도 해산되고 대통령도 식물인 상태에서 누가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느냐"며 "'사퇴 후'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안하고 경쟁하듯 '사퇴'만 이야기하면 사실상 '쇼잉'이고 '책임회피' 아니냐"고 지적했다.

결국 야권은 '탄핵 정국'에 편승해 또 다시 '이미지팔이'를 시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야당 의원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그러니까 그런 불행한 상황(탄핵소추안 부결)을 피하기 위해 가결시키면 된다. (가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야권은 9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두고 8일 오후 '24시간 탄핵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1대 1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야권은 8일 저녁 국회에서 야당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철야 농성을 통해 탄핵 동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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