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김용태 탈당, '신호탄'인가, '찻잔 속 태풍'인가?
입력 2016.11.21 18:42
수정 2016.11.21 18:49
보수 정당사에서 탈당 이후 신당 창당 성공 사례는 전무
전문가 "탈당은 찻잔 속의 태풍…보수신당 가능성도 낮아"
보수 정당사에서 탈당 이후 신당 창당 성공 사례는 전무
전문가 "탈당은 찻잔 속의 태풍…보수신당 가능성도 낮아"
새누리당 내분이 격화되면서 비주류의 탈당과 '보수신당'의 창당 가능성이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을 시작으로 일부 비박계 인사들이 조만간 새누리당을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이후 여당 주요 인사의 탈당은 이번이 처음으로, 특히 상당수 원내외 비주류 인사들도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탈당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탈당 러시'가 현실화할지, 또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비주류 대선 주자인 남 지사와 3선인 김 의원은 오는 22일 새누리당 탈당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 지사는 지난 20일 비주류 주도의 비상시국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를 통해 "22일까지 당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으면 23일에 탈당하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비상시국위원회가 동참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결단하겠다"고 탈당 시한을 못 박았다. 김 의원도 "박근혜 출당 없는 새누리당 변화는 어불성설이다. 이제는 그들의 퇴출과 그들과의 결별만이 남았다"며 탈당 시기에 대해서는 "조만간 결과로 보여드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순실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무너졌음에도 새누리당의 주도권은 여전히 친박계가 쥐고 있다. 친박계인 이정현 대표가 비박계의 사퇴 요구를 계속 거부하는 것도 비박계의 힘이 자신을 몰아낼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 대표를 포함한 친박계 지도부 사퇴를 현실화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탈당이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탈당파들에 의해 보수신당이 출범할 경우 정의화 전 국회의장,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 등 제3지대 세력과 연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 지사는 21일 'MBC 라디오'에서 신당 창당과 관련해 "당을 창당하는 것은 작은 일이다. 이제 정치를 새롭게 바꿔 새로운 정치의 시대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흔히 말하는 친박과 친문 패권이 대한민국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지 않은가를 고민한다면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비주류의 추가 탈당 여부에 대해선 "정치인 개개인의 판단"이라며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판단해 개개인이 결정을 이뤄내야 한다. 의원들 개개인이 자신의 정치 철학과 인생을 건 결단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판단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주류 내에서는 아직 탈당은 이르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20일 비상시국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남 지사는 '도저히 이 사람들이 물러날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안 되겠다'면서 포기하고 나가겠다는 것이고, 말리는 사람들은 '잘못된 사람들이 나가야지 왜 우리가 나가야 하느냐' 하는 차이"라고 했다. 한 비박계 의원도 "규모있게 나가야 한다. 탈당이 한 두 명에 그치게 되면 정치적으로 소모품밖에 되지 않는다"며 "(친박계에서) 나가라고 한다고 나간다면 저쪽 계획대로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황영철 의원 역시 "결정적인 상황이 왔을 때 한 두 명이 (탈당)하는 게 아니고 비상시국회의가 전체적으로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신당창당도 말처럼 쉽지 않다. 당을 새로 만들려면 막대한 자금과 조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거나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 PK(부산·경남) 지역의 김무성 전 대표와 TK(대구·경북) 지역의 유승민 의원 등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이 동반 탈당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창당이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여지가 있지만 당내 상당 부분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두 의원이 선뜻 탈당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을 탈당할 인사는 극소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보수 정당사에서 탈당 이후 신당 창당의 성공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도 탈당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요인이다.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반(反) 김영삼' 노선에 반발해 일부 민주계 인사들이 국민신당을 만들었지만 1년도 못돼 해산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는 김윤환 전 의원이 신한국당을 탈당해 만든 민주국민당,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한국미래연합 등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 친이계와 친박계로 양분돼 여야 사이보다 더 심하게 싸웠던 2007년 경선 국면에서도 분당 얘기가 빈번하게 나왔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2012년 19대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의 '친이계 학살' 당시도 집단 탈당과 분당 움직임이 일어났지만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비주류의 탈당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보수신당의 창당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대선과 무관하게 신당을 창당한다면 모르겠지만 대선을 염두에 두고 탈당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촉박하다"며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현역 의원이 몇 명이나 모일지 의문이다. 현재 비주류의 수가 40명 정도 된다고 봤을 때 많이 (탈당을) 해봤자 10명 내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20석이 필요하다. 다만 그는 탈당파들이 중립 성향의 제3지대 세력에 합류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로선 새누리당 외에 마땅한 보수의 선택지가 없지만 제3지대론이 가시화된다면 새누리당 탈당 러시를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