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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생 문제제기로 알려진 정유라, 비선실세 ‘교육농단’

이선민 기자
입력 2016.11.16 18:37 수정 2016.11.16 18:42

고3 등교기간 17일 불과…최순실 외압 수사 계획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울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졸업한 청담고등학교의 당시 교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특별시교육청이 16일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출신 중·고등학교에 대한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전대미문의 심각한 ‘교육농단’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고3 등교기간 17일 불과…최순실 외압 수사 계획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 씨가 청담고등학교 3학년 재학시 실제로 등교한 기간은 17일에 불과하며 선화예술학교에서도 열흘 가량 해외에 머물면서 출석한 것으로 처리한 것으로 밝혀져 정 씨의 졸업 취소가 검토되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16일 정유라 씨의 출신 중·고등학교인 청담고등학교와 선화예술학교(중학교 과정)에 대한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정유라 씨의 출신 중·고등학교가 정 씨에 대한 출결 관리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대회 참가 승인 등에서 정 씨의 재학 기간 동안 지극히 비정상적으로 관리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며 “또 최 씨가 금품을 제공한 사실, 교사에 대한 폭언과 압력 행사 사실도 학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시교육청은 “전대미문의 심각한 ‘교육농단’을 바로잡기 위해 정 씨에 대한 졸업취소까지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며 “자체감사를 통해 밝힐 수 없는 외압과 로비의 실체규명을 위해 최 씨와 금품 수수관련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감사에서 점검한 의혹은 △청담고 장학과 촌지 관련 사안조사 내용의 재확인 △2011년 청담고의 체육특기학교 지정과정 △정 씨의 입학경위 △승마협회 공문의 진위여부와 제출 경위 △실제 대회 및 훈련 참가 여부 △금품 수수와 외압 등 부적절한 청탁 여부 △성적처리와 출결관리 특혜 부여 등이다.

감사 결과 교육청은 정 씨가 정상 출석한 것으로 처리된 기간에 해외로 무단 출국하거나 학교장 승인 없이 대회에 참가한 사실을 다수 확인했다. 또 정 씨에 대한 법무부 출입국 기간을 조회한 결과 국내 대회에 참가한다고 공결 처리한 기간에도 해외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했을 때 정 씨의 무단결석을 출석으로 처리한 날짜는 3년동안 최소 37일이며 고교 3학년 당시 정 씨가 실제로 등교한 날은 17일에 지나지 않는다.

시교육청은 “정 씨가 실제로 등교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기간조차 매우 예외적으로 출결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정황을 확인했다”며 “법룰자문 등을 거쳐 정 씨의 고교 졸업 취소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 체육수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담당교사가 정 씨의 수행평가 점수에 만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렇게 부당처리된 성적을 바탕으로 정 씨는 2학년 2학기와 3학년 2학기에 교과우수상을 수상했다. 시교육청은 정 씨의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이 과목의 성적을 모두 정정하고 교과우수상 기록 또한 삭제하도록 지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감사를 통해 정 씨가 대회출전 횟수 제한 규정을 어기고 무단으로 출전한 대회의 점수를 바탕으로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도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청담고가 정 씨에게 2012학년도 7회, 2013학년도 6회에 걸쳐 전국대회의 참가를 승인했다”며 “이외에도 학교장의 승인없이 5개의 대회에 무단을 출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학교 체육 업무 매뉴얼’은 학생의 대회 참가는 연 4회로 제한하고 있으며, 규정을 위반하여 참가한 대회에서 입상한 실적은 무효다. 정 씨가 규정을 위반하여 참가한 대회에서 입상한 실적을 근거로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면, 국가대표 선발과정에 대한 추가 검토도 필요하다.

또 최 씨가 교원에게 금품(돈봉투)을 증여한 사실과 최 씨가 자신의 배우자(정윤회 씨)를 거론하며 교사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압력을 행사한 사실도 확인했다.

선화예술학교 감사에서도 청담고와 마찬가지로 학교장 승인 없이 무단으로 승마대회에 출전하였거나, 해외에 머물고 있었음에도 출석한 것으로 처리한 날짜가 10일임을 확인했으며, 특별활동, 현장체험학습, 봉사활동 등에 특혜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시교육청은 “감사 결과 정 씨에 대해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학사관리와 성적관리 상의 특혜가 베풀어졌음을 광범위하게 확인했다”며 “이를 최 씨에 의한 ‘교육 농단’으로 규정하고 정 씨 졸업 취소에 대한 법리적 검토와 관련자 문책을 포함한 모든 조처를 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뼈를 깎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 공정한 학사관리, 체육특기자의 학습권 보장과 합리적인 대회 참여 보장 등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며 “추가 제보와 새롭게 제기되는 모든 의혹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하여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만약 정 씨의 청담고 졸업이 취소되면 현재 재학 중인 이화여대의 입학은 자동 철회된다.

지난 8월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학내에서 행진 및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정 씨의 학업 특혜 논란이 시작된 것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부터다. 지난 7월 28일 이화여대 학생들은 평생교육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미라대) 설립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당시 최경희 이대 총장이 학내에 경찰 1600명을 투입해 학생들의 농성을 저지했고, 이대 졸업생과 재학생은 미라대 사업 전면 폐지와 총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이대는 미라대 사업 철회를 발표했지만, 총장의 사과가 없어 학생들의 시위는 총장 사퇴 시위로 번졌다.

학생들은 본관 농성이 장기화되자 최 총장의 졸속·불통 행정 등을 이유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이대의 교육부 사업계획서 공개와 행정감사 등 국정감사 요청을 했다. 그 결과 교문위 국감장에서 정 씨를 승마특기자로 입학시키기 위해 체육특기자 종목을 확대했다는 의혹, 정 씨의 편의를 위해 학칙을 개정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최 총장에 대한 의혹이 최 씨와 정 씨에까지 번지자 최 총장은 “최근 체육특기자와 관련하여 입시와 학사관리에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히며 학생들의 본관 점거 85일 만에 총장직을 사임했다.

정 씨는 의혹이 심화되자 대학 자퇴절차에 들어갔다. 이화여대 자퇴를 위해서는 온라인으로 자퇴원서를 작성한 후 자신과 학부모의 날인이 된 자퇴원서를 가지고 학교를 방문해야한다. 학교에서는 지도교수 면담 및 확인 날인, 학과장 면담 및 확인 날인을 거쳐 최종적으로 학교에 제출하면 자퇴가 완료된다. 정 씨는 현재 온라인으로 자퇴원서만 작성한 상태다.

정 씨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면서 이대와 마찬가지로 청담고도 정 씨의 승마특기자 입학을 위해 체육특기자 종목을 확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출결에서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교육부가 감사에 착수했다.

한편, 같은 날 이화여대의 실세로 알려진 윤후정 명예총장 겸 재단이사가 명예총장직과 이사직을 사임했다. 그러면서 오는 18일로 예정된 이화여대에 대한 교육부의 특별감사는 결과발표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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