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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장관 직접 만난 탈북민들, '3만명 시대' 정책 제안

하윤아 기자
입력 2016.11.09 18:57
수정 2016.11.09 18:57

장관-탈북민 간담회 연달아 개최…탈북민 채용기회 확대 등 제안

탈북민들 "남북 가교역할 하는 탈북민, 국가가 먼저 인정해줘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통일교육원에서 박근혜 대통령 통일 친필 휘호 액자를 제막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관-탈북민 간담회 연달아 개최…탈북민 채용기회 확대 등 제안
탈북민들 "남북 가교역할 하는 탈북민, 국가가 먼저 인정해줘야"


탈북민 3만명 시대를 앞두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연달아 탈북민 간담회를 열고, 정부 정책과 탈북민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달 중순께 발표될 예정인 '사회통합형 탈북민 정착지원 대책'에 당사자인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통일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탈북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향후 발표될 정책에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홍 장관은 지난 4일을 시작으로 4차례에 걸쳐 탈북민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4일에는 탈북자동지회, 통일미래연대 등 4개 탈북민 단체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탈북민 정착지원 정책에 대한 단체장들의 견해를 들었고, 8일에는 NK경제인연합회, 통일비전연구회 등을 이끌고 있는 탈북 여성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9일과 10일에는 각각 탈북 대학생들과 우리들학교, 다음학교 등 탈북민 대안학교 담당자들을 만나 직접 현장을 파악하고, 탈북민 사회통합을 위해 필요한 정부 정책에 대한 탈북민과 관련자들의 제안을 받았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앞서 7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탈북민 간담회와 관련, "탈북민 숫자가 3만 명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이를 계기로 탈북민 정책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며 "탈북민 사회의 일원들에게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차원에서 이런 간담회를 여는 것이며, 좋은 정책 아이디어들을 수렴하고자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이 직접 나서 정부 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탈북민들의 제안을 반영하고자 하는 모습에 탈북민들은 향후 발표될 정부의 정착지원 정책에 상당한 기대를 갖는 모양새다. 이들은 여전히 탈북민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호소하면서,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실제 탈북민들은 이번 통일부가 마련한 장관 오찬 간담회에서 탈북민 취업지원과 교육 및 채용 기회 확대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향후에도 통일정책 실무자 차원의 소통 창구를 마련해 탈북민들의 정책 제안이나 의견을 수렴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탈북단체장은 "실제 탈북민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받는 혜택이 없는 게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취업하는 데 있어서 탈북 청년들이 막막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고 심화할 수 있는 교육을 더 늘리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를 처음 가졌다는 그는 "이런 취지의 자리는 상당히 의미있다고 본다"며 "정국이 어수선하지만 통일에 대해서는 우리가 계속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앞으로 탈북민들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창구를 많이 만들어 자주 논의해야한다고 말했고, 홍 장관도 이에 적극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8일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한 탈북 여성단체장은 "탈북민들이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온 탈북민들이 이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탈북민들 중에는 북한과 연이 닿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남한에 와서 능력에 따라 제몫을 잘 해내는 모습을 보이면 그것이 북한에 전파돼 통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이번 간담회에서 탈북민 공직 채용 기회 확대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이 사회는 여전히 탈북민에 대한 거리감이 있다. 전문성을 갖춘 많은 인재들이 석박사 학위를 따더라도 취업이 어려운 현실"이라며 "탈북민이 공직자리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니 (홍 장관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차차 바꿔나가고, 남북이 하나 되는 차원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분야에 탈북민이 채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마련해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이번 간담회와 관련해 "장관과 직접 대화하고 탈북민들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너무도 좋은 자리였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많아져서 정부가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탈북민들에게 맞는 정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8일 간담회에 참석했던 또 다른 여성 탈북단체장도 "탈북민들이 하찮은 취급을 당하는 나라가 아니라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인정돼 권리를 누리고, 삶도 보장되는 나라가 돼야한다"며 "탈북민과 관련된 정부기관이나 단체에 탈북민을 채용하도록 하는 법적인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북한에 있는 주민들에게 '언제든 오라'고 말했는데, 정작 대안이 없다는 것이 참 유감스럽다"며 "남북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탈북민들을 국가가 먼저 인정해준다면 분명 통일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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