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연구원 “보고서에서 폐손상 빼라 지시 받아”
입력 2016.05.09 17:13
수정 2016.05.09 17:13
변호사 “책임자로서 데이터 누락 뉘우치고 있다”
검찰이 한 연구원으로부터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외주 의뢰를 받고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실험 결과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조모 교수(56)가 최종 보고서에서 폐 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부분을 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이 서울대학교 조 교수와 함께 실험을 진행한 연구원으로부터 “조 교수가 폐 손상 부분을 보고서에서 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이 연구원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최종보고서에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쥐에게서 폐 손상이 나타났다’는 부분이 있었으나, 조 교수가 이를 삭제하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르겠으나 빼라고 해 최종 보고서에서 해당 내용이 빠졌다”고 진술했다.
지난 2011년 조 교수가 있는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옥시와 연구용역 계약을 맺고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 평가’ 실험을 진행했다.
2012년 작성된 최종 실험보고서에서 조 교수는 생식독성이 확인된 임신 개체에 대한 흡입 독성 실험 데이터와 간질성 폐렴이 확인된 실험군 데이터, 실험군과 달리 간질성 폐렴이 나타나지 않은 대조군에 대한 실험 데이터를 삭제했다.
조 교수를 대신해 쥐의 폐 조직 검사를 진행한 타 대학 교수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쥐에게서 폐 섬유화 증상이 나타났음을 보고하기도 했지만, 조 교수가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종 결과 보고서에는 “실험군과 대조군 사이에 차별적 병변을 관찰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보고서도 옥시 측의 요구대로 생식독성과 흡입 독성 보고서가 분리되어 작성됐고, 검찰에는 독성이 명백히 드러난 생식독성 부분을 제외하고 흡입 독성 보고서만 제출됐다.
검찰은 조 교수가 이러한 보고서를 작성해 주고 대가로 총 3억5000만 원을 받았으며, 개인 계좌로 자문료 12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 교수의 변호를 맡은 김종민 변호사는 지난 8일 조 교수는 당연히 데이터가 제대로 돼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결론 부분만 확인해 이런 일이 생겼다며, 조 교수의 잘못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연구총괄 책임자로서 챙기지 못한 것을 뉘우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관련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조 교수를 향해 “돈 몇 푼에 양심을 팔다니 어이가 없다”, “폐 손상 사실을 알고도 덮어준 것은 연쇄살인범과 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