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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 추경호 살려낸 친박, 왜 이재만은 '지못미'

고수정 기자
입력 2016.03.25 18:46
수정 2016.03.25 18:55

‘유승민 배제’ 수도권 역풍 고려…진박 2인 살리면서 ‘실리’ 챙겨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출마한 이재만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잠겨있는 최고위원회의 출입문을 두드리며 무공천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새누리당이 2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대구·경북 지역 공천 신청자 면접을 진행하는 가운데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이재만 예비후보가 대구 동구을 지역 공천 면접을 앞두고 서로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진박’으로 분류됐던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결국 20대 총선 대구 동을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 전 동구청장은 이틀 새에 천당과 지옥을 오고갔다. 당초 이 전 동구청장을 살리기 위한 친박계의 ‘유승민 배제’ 시나리오가 진행됐지만, 결국은 보호받지 못하면서 그 이유가 주목된다.

이 전 동구청장은 총선 후보 등록일인 24일 오전 10시 대구 동을 단수후보로 공천됐다. 하지만 약 5시간 뒤 김무성 대표가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겠다고 하면서 불출마 위기에 놓였다. 공직선거법상 당 대표의 직인이 없으면 출마할 수 없으며, 당적 변경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 전 동구청장의 출마는 원천 봉쇄된 상황이었다.

이 전 동구청장은 이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25일 CBS 라디오에 출연, “제가 진박이라는 말 자체도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진박이라는 그 테두리에 제가 온 적도 없다”며 “김 대표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최고위는 25일 이 전 동구청장, 유영하(서울 송파을)·유재길(서울 은평을) 예비후보를 제외하고 추경호(대구 달성군)·정종섭(대구 동갑) 예비후보만 공천을 확정지었다.

그동안 친박계는 대구에 출마한 진박 후보를 살리기 위해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비박계 의원들을 공천 배제시켰다는 분석이다. 생환 목표 인물 중에는 이 전 동구청장도 포함돼있었다.

하지만 ‘유승민 배제’ 시나리오는 역풍이 컸다. 대구·경북은 물론 표심 잡기에 공을 들여온 수도권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진박 후보들로 분류됐던 청와대 인사, 친박계 의원들의 상당수가 고배를 마셨다.

민심의 향배로 불리는 수도권에서 의석수 확보에 미진할 경우 집권 4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친박계가 가장 논란이 된 대구 동을을 무공천으로 남겼다는 관측이다.

김 대표가 최고위 직후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을 통해 “잘못된 공천으로 민심이 이반돼 수도구너 선거가 전멸 위기 상황이다. 당 대표로서 잘못된 공관위 결정에 정면으로 맞서 내용과 절차가 명백히 잘못된 3곳을 무공천으로 관철했다”고 설명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유 의원을 낙천시킨 것이 수도권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전략상 선거판 전체의 흐름을 봤을 때 유 의원에 관한 역풍을 반감시키려면 무공천을 해야 한다는 친박계의 생각이 작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친박계가 또 다른 진박 후보인 정종섭·추경호 후보를 살리는 조건으로 이 전 동구청장을 내줬다는 말도 나온다. 진박 후보 5인이 모두 탈락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핵심 멤버로 볼 수 있는 두 사람을 ‘구제’한 것이 박 대통령의 체면을 함께 살렸다는 분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 체면도 살리면서, 수도권 표심도 살리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동구청장은 최고위 결정 직후 당사에 항의 방문했다. 그는 “몸에 경련이 일고 분하다”며 “대표는 정당의 후보를 한 명이라도 더 당선시켜야 하고 득표를 획득해서 비례대표 한 명이라도 더 만들어야 하는데, 김 대표가 설마 이런 식으로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호소했다.

한편, 김 대표도 유 의원과 이재오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사실상 높여줬다는 부분에서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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