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기업은행장, '금배지' 대신 '금융맨'으로
4.13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마 고사하고 "금융혁신 주도"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지난해 7월 3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창립 54주년 기념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기업은행
“평생 뱅커로 남을 것 같습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선택은 ‘금배지’가 아닌 ‘금융맨’이었다. 4.13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던 권 행장은 임기까지(올해 12월 27일) 기업은행을 이끌기로 했다.
당초 권 행장의 출마설은 정가와 금융권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권 행장이 비례대표에 입후보하려면 선거 30일 전인 3월 14일까지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지난 주말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권 행장의 출마설은 ‘든든한’ 배경에서 비롯됐다. 정가에선 권 행장이 금융 전문성과 첫 여성은행장이란 상징성을 갖고 있어 일찌감치 새누리당 영입 인사로 거론됐다.
정치적 기반도 탄탄했다. 1978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평생을 은행맨으로 지낸 권 행장은 ‘대통령의 여자’로 불릴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했던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비교 대상으로 꼽기도 했다.
권선주 '금배지' 고사하고 "금융혁신 주도"
특히 정가와 금융권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금배지를 ‘못 단’것이 아닌 ‘안 단’ 쪽에 가깝다.
여권의 출마 타진 과정에서 권 행장이 기업은행장으로 남겠다는 뜻을 밝히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행장은 향후 금융혁신을 주도하고 은행 성과주의 도입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국 권 행장은 국회로 향하는 복잡한 정치공학에서 확실하게 발을 빼게 됐다. 금융업이라는 좁은 인재풀 내에서 얽히고설킨 역학관계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은행 내부에선 ‘소리 없는’ 탄성이 나왔다. 그동안 권 행장 출마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해왔던 임직원들은 “한시름 놨다”는 분위기다.
권 행장이 사퇴할 경우 차기 행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대부분 금융당국 출신이라는 점에서 관치금융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당초 내부에서도 권 행장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D데이’인 14일까지 숨죽이며 정치뉴스를 주시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본인이 출마를 고사했건 상황이 여의치 않았건 기업은행 입장에선 다행인 일”이라며 “권 행장께서 존경받는 금융인으로 남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