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점 오재원, 단숨에 ‘국민 호감’ 등극
입력 2015.11.20 08:39
수정 2015.11.21 06:38
9회초 선두 타자 안타로 공격의 물꼬
격한 세리모니와 ‘빠던’에 야구팬 열광
오재원 대역전극 시발점, 단숨에 ‘국민 호감’ 등극
19일 일본과의 ‘2015 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9회초 대타로 출전한 오재원이 좌전 안타를 친 뒤 1루에서 주먹을 쥐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과의 ‘2015 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대역전극의 디딤돌이 된 오재원(30·두산)이 단숨에 ‘국민호감’으로 등극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9회초 이대호의 극적인 역전타에 힘입어 4-3 승리를 거뒀다.
이날 선발로 나선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의 호투에 막혀 8회까지 한 점도 뽑지 못한 대표팀은 9회 무려 4점을 뽑아내는 타선의 집중력을 선보이며 대역전승을 일궜다.
그 중심에는 오재원이 있었다. 김인식 감독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 포수 양의지를 대신해 오재원을 대타 카드로 꺼내들었다. 자칫 허무하게 경기를 내줄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오재원이 분위기를 끌어올려주기를 바라는 김인식 감독의 복안이었다.
결과적으로 오재원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대타로 나선 오재원의 움직임은 타석에서부터 심상치 않았다. 일본의 두 번째 투수 노리모토를 상대한 오재원은 준비 동작을 취하는 과정에서 오른발을 배터박스에서 홈 플레이트 쪽으로 내미는 동작을 반복하며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투수로서는 신경이 거슬릴 수도 있는 동작이었다.
이후 오재원은 두 차례 헛스윙을 했지만 노리모토의 포크볼을 받아쳐 좌전안타로 기어코 출루에 성공했다. 1루로 진루하는 과정에서도 오재원은 그냥 나가지 않았다. 안타를 친 오재원은 1루로 뛰어나가며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했다. 일본 덕아웃 쪽을 한 번 힐끗 바라보는 센스(?)도 발휘했다.
0-3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 역전을 생각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었지만 오재원은 의도적으로 과격한 동작을 취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앞장섰다.
오재원이 파이팅을 불어 넣자 한국도 힘을 냈다. 이어 나온 손아섭이 중전안타로 무사 1,2루 찬스를 만들었고, 정근우의 2루타 때 오재원이 홈을 밟아 1-3으로 점수차를 좁혔다.
분위기를 탄 한국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이용규의 몸에 맞는 볼과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무사 만루 찬스를 이어간 한국은 이대호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경기를 단숨에 뒤집었다.
그리고 2사 만루 찬스에서 오재원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의 네 번째 투수 마스이를 상대한 오재원은 4구째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 뒤 만루홈런임을 직감한 듯 배트를 내던졌다. 그러나 오재원의 타구는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오재원 역시 아쉬운 듯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특히 넘어가지 않은 타구(물론 넘어 갔어도 좋게 보이지는 않았겠지만)에 배트를 집어던진 행동(일명 ‘빠던’)은 자칫 비난을 들을 수도 있지만 이날 대역전극의 공신인 그에게는 이 마저도 아쉬움으로 승화됐다.
사실 오재원은 KBO리그에서 타 팀 팬들에게는 그다지 이미지가 좋지 못하다.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두산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타 팀 팬들 입장에서는 그 모습이 좋게 보일 리 없다. 또한 액션이 과한 나머지 상대팀 선수와 마찰을 빚는 모습이 잦았고, 다소 격한 언어로 논란의 중심에도 자주 섰던 오재원이었기에 많은 비난을 들어왔다.
하지만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모든 야구팬들의 마음은 오재원이 우리 편이어서 기분 좋은 두산 팬들의 애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