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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의 교훈, 일본야구 심장부 찔렀다

김태훈 기자
입력 2015.11.20 00:02
수정 2015.11.21 06:36

오타니에 눌렸던 타선, 9회 폭발로 4-3 기적적 역전승

절정의 꼼수 퍼레이드로 프리미어12 더럽힌 일본에 ‘강펀치’

승리를 자신하던 일본은 한국 야구의 막판 집중력에 당했다. ⓒ 연합뉴스

[한국-일본]권선징악의 교훈이 일본 야구의 심장부 도쿄돔을 찔렀다.

영원히 잊지 못할 도쿄돔의 밤이다. 일본이 아닌 한국 얘기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4강전(준결승)에서 9회초 대거 4점을 뽑으며 기적 같은 4-3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0일 미국-멕시코전 승자와 21일 프리미어12 결승에서 맞붙는다.

승리를 자신하던 일본은 한국 야구의 막판 집중력에 당했다. 지난 8일 개막전에 이어 일본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 공략에 실패했지만, 오타니가 내려간 이후 한국은 포기하지 않고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열흘의 휴식을 취하고 한일전을 준비해온 오타니는 역시 강했다. 한국 타선은 오타니의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패스트볼과 140km대 포크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7회까지 정근우의 안타 1개가 나오는 동안 삼진은 무려 11개를 당했다. 수비에서도 결정적 실책이 겹치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야구는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것도 아니었고, 모르는 것이었다. 0-3으로 뒤진 8회초. 일본은 오타니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투입했다. 노리모토 역시 개막전에서 압도적인 구위를 뽐내며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강력한 투수였다.

하지만 한국 야구가 오타니에게는 또 당해도 노리모토에게까지 두 번 당하지는 않았다. 9회 대타 카드가 주효했다. 포수 양의지 대신 오재원, 실책이 있었던 김재호 대신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신청한 손아섭이 무사 1,2루 찬스를 열었다.

이어 오타니에게 유일한 안타를 때렸던 정근우가 적시 2루타를 때리며 대반격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이용규가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 만루라는 황금 찬스를 만들며 노리모토를 끌어내렸다.

그래도 설마했다. 무사 만루 찬스에서도 일본에는 리그 최정상급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바뀐 투수 마쓰이 유키가 마운드에서 몸을 풀 때만 해도 역전승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불 붙은 한국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김현수가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 2-3으로 추격하자 도쿄돔에 있는 일부 한국 원정 응원팬들은 기적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일본은 다시 마쓰이 히로토시로 투수를 바꿨지만 일본시리즈 MVP에 빛나는 이대호의 방망이는 막지 못했다. 이대호는 마쓰이의 4구째를 통타, 좌익수 쪽에 떨어지는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작렬했다. "멋있게 해서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고 싶다"던 이대호의 바람이 짜릿한 결승타로 이뤄진 것이다.

4-3으로 전세를 뒤집은 한국은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국제대회에서 강했던 정대현은 아웃카운트 2개 잡은 뒤 나카타 쇼에게 안타를 맞고 두산의 2015 한국시리즈 우승을 마무리했던 이현승에게 넘겼다. 그리고 이현승이 대타로 나온 강타자 나카무라 다케야를 3루 땅볼로 잡고 경기를 끝냈다.

국제대회에서 일정을 개최국인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일방적으로 바꾼 것도 모자라 자국 경기에 자국 심판(좌선심)을 배정하는 절정에 달한 꼼수로 프리미어12를 삼키겠다던 야욕을 드러낸 일본으로서는 충격적인 패배였다. 8회까지만 해도 8일 개막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렀던 경기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로 끝났기 때문이다.

일본 고쿠보 감독 이하 호투한 선발 오타니를 비롯한 선수단은 도쿄돔에서 물거품이 된 꿈을 뒤로하고 쓸쓸히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던 도쿄돔의 4만여 관중들도 침통한 표정과 실소를 띠며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소수의 한국 원정팬들만이 일본 야구의 심장부에서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권선징악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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