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금언령' 때문에 말 함부로 했다간 모가지가..."
입력 2015.07.10 15:37
수정 2015.07.10 15:48
새정치 신기남 토론회 참석해 여당 '뒤숭숭한 분위기' 전해
"우리당 형편이, 내가 여기서 토론하고 앉아있을 기분이 안납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이제는 기본권 개헌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개헌론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말이다. 그는 지난 8일 일어난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논란'으로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이 의원은 이어 "오래 전에 약속해놨던 거라 안나올 수도 없고, 한 술 더 떠 '금언령'이 내려져 있어 야당 집회에서 말을 함부로 했다가는 제 모가지가 간당간당하다"고도 말했다.
김무성 당대표는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를 내려놓은 다음날(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또 한 번의 절제하는 협조를 구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묵언"이라며 동료의원 등을 향해 앞으로 설화가 일어나지 않게 조심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비박(비박근혜)계이자 친이(친이명박)계인 이 의원은 앞서 유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는 것을 반대했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결국 '뼈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지난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상식적으로 보면 내각이 총 사퇴해야 하는 것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파동 때도 상식적으로 내각이 총 사퇴해야 할 사건"이라며 "정부의 존재 이유는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초기에 빨리 대응하면서 재앙을 키우지 말라고 있는 것인데 되려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내각이 총 사퇴를 못하는 이유가 헌법에 (명시된) 내각 수반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가원수 지위와 행정부 수반을 겸하고 있다"며 "수반이 내각을 총 사퇴하려고 해도 내각 수반이 대통령이다보니 임기 5년의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했는데 탄핵 얘길하지 않고 사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뿐이냐.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근 70년간 한국정치가 일관되게 이런 권력이 유지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당이라는 것은 그 당을 지지하는 당원 연합체로 행정부 구성과는 다르다"며 "정당의 국회의원이 뽑은 원내대표도 행정부 수반의 말 한마디에 그만둬야 하는 것도 70년간 쌓인 제왕적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의원들이 권력 중심 정치인은 6공화국, 박근혜 대통령 정부로 끝내고 7공화국부터는 이런 권력이 인간에 재앙을 갖다주는 형태는 안된다(고 본다)"며 "늦어도 내년 총선까지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신 의원과 이 의원을 비롯해 원혜영 새정치연합 의원, 천정배 무소속 의원 등이 참석했다. 신 의원은 "대통령이 (개헌에 있어) 장애물이 아닌 협력자가 돼야 한다"며 "2017년에는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공약으로 걸고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