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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반기문 방북 '불허' 이유…"유엔과 '적대구도' 유지"

하윤아 기자
입력 2015.05.20 16:34
수정 2015.05.20 16:45

대북 전문가들 "북한 내부에서 유엔과 적대구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오후 국회를 예방해 정의화 국회의장 및 여야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과의 기념촬영에 앞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20일 새벽 돌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에 대해 ‘불허’ 조치를 내린 가운데, 그 이유와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북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이 같은 결정을 한 데 대해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적으로 반 총장으로 대표되는 유엔과의 적대 구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영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데일리안’에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두고 평화메시지, 남북관계 개선 등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현재 북한이 내부적으로 긴장 체제를 이끌어가는 상황과 맞지 않다”며 “북한 내부에서 나름의 불만 표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국가기구인 유엔을 대표하고 있는 반 총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을 방문하게 될 경우, 유엔에 대해 날을 세웠던 기존의 입장을 선회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북한 내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정 연구위원은 “여러 형태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SLBM 사출 시험을 한 데 대해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걸 북한은 이미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를 기점으로 긴장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유엔 사무총장이 개성공단에 가면 그 긴장구조를 깨버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갑작스럽게 반 총장의 방북을 불허한 것을 두고 ‘내부 강경파들의 준동’이라고 표현하며 북한 내부 강경파 사이에서 강한 문제제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연구위원은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대북 압박이 가동되고 있고 그 중요한 축이 유엔”이라면서 “우리민족끼리·자주를 강조하는 북한은 유엔과 같이 대북 압박의 축을 담당하는 기구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에 대해 반발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현 상황에서 어설픈 긴장완화 보다는 대결과 적절한 긴장유지가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서야 한다는 반 총장의 요구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유엔과 적대 구도를 형성해온 바 있다.

북한은 20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해 대립각을 세웠다.

대변인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라는 것을 기준으로 우리 전략잠수함의 탄도탄수중시험발사를 도발로 지역 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몰아붙이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처사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면서 “유엔 안보리가 미국의 독단과 전횡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 공정성과 형평성을 줴버리고 주권존중의 원칙, 내정불간섭의 원칙들을 스스로 포기한 기구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반기문은 2010년 천안호 위기 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유엔안보리의 행동을 촉구한 편향적인 행위로 유엔내 불안을 조성한적이 있는 인물"이라면서 "그는 미국의 비위를 맞추면서 러시아와 중국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부시 대통령의 지지 밑에 유엔 사무총장 후보가됐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놀라운 것은 아니다"라고 비난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3월에도 장거리로켓 ‘광명성 3호’ 발사 계획 철회를 촉구한 반 총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반 총장이 북한의 위성 발사계획은 안보리 결의 1874호에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하자 즉각 논평을 내고 “국제기구 수장의 격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특히 북한은 “(반 총장의 철회 요구는)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유엔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처사”라며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을 침해하려는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최근 한 외신은 올해 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인공위성’ 발사 준비를 명령했고, 오는 10월 당 창건 70주년에 맞춰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외신이 전한 인공위성 발사 예고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는 유엔 제재를 또다시 위반하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반 총장은 앞서 19일 ‘세계교육포럼’ 개막식 참석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을 개발하는 것은 전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에 위배되는 사항”이라며 “따라서 (북한은)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긴밀히 하고 개방해 여러 가지 생활여건이나 경제 발전에 매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북한을 압박했다.

이처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북한 내부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반 총장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한이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불허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이 같이 말하며 북한의 승인 취소 배경을 묻는 취재진에 “북한이 유엔 측에 방북을 불허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이유를) 예단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아울러 “현재 우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북한 내 특이동향은 확인된 사항이 없다”며 “향후 관련 상황 등을 주시하면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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