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서 결정? 박 대통령식 사실상 사퇴 압박
입력 2015.04.16 22:00
수정 2015.04.16 22:07
여권 "박 대통령 위기대응 스타일 바뀌고 있어"
박 대통령은 16일 국정공백을 우려해 남미 순방 출발 시간을 연기하면서까지 예정에 없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면담을 진행했다. 장기 순방으로 인한 국정공백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국정혼란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특히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내 의견을 가감없이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거취 문제도 거론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당장 확답을 주진 않았지만 "갔다와서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 총리의 거취문제를 결정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같은 대답이 이 총리가 자진 사퇴하면 말리지는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며 박 대통령의 의중을 미루어 짐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정면 돌파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 그전 사건과는 다른 차원의 대응을 보이는 것 같다"며 "이전보다는 대응이 점차 빨라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국정 마비를 일으키는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비유하면 '뚝방이 터지고 물이 다 빠진 이후 제방을 다시 쌓는' 모습이었다는 것.
지난 정권 출범 직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이 터졌을 때도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의혹만 제기된 상황에서 자칫 이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더욱 의심을 살 수 있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박 대통령은 사건이 조금 진정된 이후인 7월 8일 정권 출범 후 첫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대선과정에 문제가 됐던 국정원 댓글과 NLL관련 의혹으로 여전히 혼란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어서 유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국정조사를 시작한 만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한 후에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11월 그동안 '찌라시'(증권가 정보지)로 돌던 정윤회 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세계일보 단독으로 보도되면서 또 한번 국정 마비 사태가 왔을때도 박 대통령은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결국 그해 12월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 자리에서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된 것이다. 그러면서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를 한 후에 여러 곳에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런 일방적인 주장에 흔들리지 마시고,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서는 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대선자금까지 의혹을 밝히자 지난 12일 박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전날까지 예정에 없던 세월호 1주기 관련 행사 점검회의를 15일 갑작스럽게 서울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가졌다.
이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최근에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 문제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며 "저는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도 그런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변화는 그동안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느린 대응으로는 의혹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한박자 늦은 대응으로 의혹을 더 키우고 문제 해결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점에서 빠른 대응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늦은 대응으로 심적인 부담을 적지 않게 느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시각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