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기자 밥값 안내도 돼서 기쁘시죠? 연금은요?
입력 2015.03.04 08:41
수정 2015.03.04 09:15
<기자수첩>공무원연금개혁 특위 65일째 제자리걸음
정부-여당은 엇박자 새정치련은 팔짱낀채 눈치만...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3일로 출범 65일째를 맞았다. 당초 예정된 100일의 활동 시한도 이제 겨우 한달가량 남았을 뿐이다. 시한은 촉박한데 여·야·정·공무원단체 간 협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반복 중이다.
문제는 협상 주체들이 과연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라는 점이다. 가장 직접적 대상인 공무원단체는 지난달 23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대타협기구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틀 뒤 25일에는 대타협기구 회의에서 “다른 연금도 연계해 논의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퇴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합의 우선’을 강조하며 아직까지 개혁안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연금 개혁안은 공무원과 정부의 합의에 따라 안이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당안, 야당안은 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연금개혁 자체가 여권이 주도해 온 이슈인데다 공무원들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굳이 표를 까먹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가장 힘을 실어야 할 정부는 파트너인 여당과 엇박자를 보이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지난달 공개한 ‘공무원연금 개혁 기초안’은 40년간 공직생활을 했을 경우 생애소득의 60%(소득대체율)를 연금으로 받도록 설계됐다. 이는 새누리당의 50%보다 공무원에게 더 유리한 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속이 타들어가는 건 새누리당이다. 특위의 활동기한을 1회에 한해 최대 25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남은 두달동안 연금개혁안을 법제화하고 기존 일정표대로 오는 5월 2일 통과시키려면 시간이 매우 촉박하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아직 자체 개혁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국민과 공무원 어느 쪽으로부터도 비난을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혀지고 있다”며 “이는 책임 있는 제1야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협상테이블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거나 개혁안에 대해 어깃장을 놓는 행위만 계속 할 경우 대한민국은 단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면서 “지금 공무원연금개혁을 해내지 못하면 내년부터 매일 하루에 100억원, 또 5년 후면 매일 200억원, 10년 뒤에는 매일 300억원의 국민의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만 여기까지다. 야당이나 공무원단체를 향해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압박은 가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개혁안의 본회의 통과를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인데다 자칫 잘못해 대타협기구의 판이 깨질 경우 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회특위와 대타협기구에서 회의하다보면 불필요하게 (공무원을) 자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최대한 조심해 달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일분일초가 시급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주장대로라면 내년부터는 하루 늦어질 때마다 100억원의 국민 혈세가 소요된다. 1년이면 3조6500억원이다. 5년 후에는 그 두배가, 10년 후에는 그 세배의 혈세가 필요하다. 정치권도 이 같은 위기감에는 동의하고 있다.
더구나 정치권은 최근 ‘증세 없는 복지’의 환상이 깨지면서 증세와 복지 구조조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될 갈림길에 서 있다. 하지만 세금을 더 걷거나 복지를 축소하는 것은 국민들의 반발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흔히 말하듯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법밖에 없다. 한정된 세수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공무원연금개혁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협상의 주체들이 보다 더 개혁 추진에 대한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