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북한인권법에 "전향적 접근" 하겠다지만...
입력 2015.02.26 14:21
수정 2015.02.26 14:30
주승용 "쟁점에 대한 계속적인 조율 필요하다는 의미의 원론적인 이야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24일 북한인권법 처리에 대해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법안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언급한 법안이 새누리당 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문 대표의 발언 역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 대표는 24일 당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서 “우리가 마치 북한인권법을 막는 모습으로 비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할 수 있는 건 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UN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하고, 미국과 일본 등은 북한인권법을 이미 오래 전에 제정한 상태”라며 “사흘 전에는 호주 연방의회에서도 북한인권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이어 “정작 피를 나눈 같은 민족인 우리나라가 북한인권법을 10여년 동안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문 대표가 북한인권법의 전향적 접근을 강조한 만큼, 현재 외교통일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북한인권법 통과에 새정치연합의 적극적인 협력을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발언은 원론적 입장에서 북한인권법 처리에 나선다는 것이지, 새누리당 측이 내놓은 법안에 협조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관측이다.
문 대표의 발언과 관련, 주승용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에서 여야가 내놓은 법안들이 각각 다르게 있기 때문에,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조율은 나는 계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가 되는 대북전단 활동이라든가 (이런 활동을 지원하는 데에는 동의가 어렵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인권법은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21일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법안’과 윤후덕 새정치연합 의원이 2013년 7월 25일 대표 발의한 북한민생인권법안으로 구분된다.
쟁점은 법무부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과 북한인권재단을 만들어 북한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토록 하는 내용이다. 인권기록보존소의 경우 통일 후 처벌을 전제로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고, 인권재단은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라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입장이다.
이처럼 여야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북한인권법에 전향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힌 것은 표현만 바뀌었을 뿐 과거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는 시각이다. 기본적으로 북한인권기록소, 북한인권재단 설립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향후 논의도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주 최고위원도 “인권단체 지원 같은 것이 최대 쟁점이기 때문에 우선 여야가 뜻을 같이 하는 것은 가고 이런 최대 쟁점에 대해서는 계속적인 조율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문 대표가 아마 대표가 되고 나서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말한 것 같다. 나도 동감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 선출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당선 인사에서 “지금 우리나라 외교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은 데다, 남북관계도 경색돼 있다”며 “남북문제는 국회가 좀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겠다. 경색된 남북관계 잘 풀어가서 통일의 초석을 놓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이어 “문 대표도 북한인권법을 언급해 감사하다”면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서 10년간 미뤄온 북한인권법이 반드시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