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박지원, 뻣뻣한 문재인, 어설픈 이인영
입력 2015.01.11 10:01
수정 2015.01.11 10:48
2.8 전대 첫 합동연설회서 박지원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상대 후보 기선제압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가 10일 2.8 전국대의원대회 첫 합동연설회에서 당권 경쟁자인 문재인 후보와 이인영 후보의 기선을 제압했다. 문 후보와 이 후보가 다소 경직된 태도로 모습으로 연설에 임했다면, 박 후보는 선거 전문가답게 여유로운 모습이 돋보였다.
박 후보는 이날 제주 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제주특별자치도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의 3분의 1일 즉흥 발언으로 채우며 참석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문 후보에 이어 연단에 선 박 후보는 먼저 “역시 선거가 있으니까 재미있다. 제주도가 삼다도인데, 어떻게 제주도 사람들은 사람을 잘 알아보는지, 박지원이 TV보다 훨씬 잘생겼다고 한다. 사실 TV에 나오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내 형님이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 후보는 이어 “이곳 제주에 와서 확실히 박지원이 기선을 잡고 있다고 한 것은 내 왼편으로 강창일 의원, 김우남 의원을 딱 세워주더라”며 “(또) 나는 서귀포에 가서 김 의원의 누님도 여러 번 만났다. 누가 정치를 잘해서 김 의원을 도울 수 있을까. 저는 박지원이라고 여러분께 분명히 말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당위원장인 강 의원과 전 위원장인 김 의원은 모두 제주도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같은 제주 출신인 김재윤 의원은 입법로비 의혹에 연루돼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됐다.
여기에 박 후보는 연설 중 강 의원을 거론하며 “강 의원이 내게 귓속말을 했다. ‘통합을 강조해라’, 어떤 경우에도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면서 강 의원을 향해 “그렇죠?”라고 되물었다. 이에 강 의원은 어색한 웃음을 보였지만, 장내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이들 모두 연설문에는 없던 즉흥 발언이었다.
반면, 문 후보는 사전에 배포한 연설문을 그대로 읽는 수준에서 연설을 마쳤다. 연설 중 수차례 계획된 발언을 통해 참석 대의원들의 호응을 유도했지만, 반응은 박 후보에 미치지 못했다.
이 후보도 즉흥 발언으로 연설을 시작했지만, 목소리가 작아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 했다. 그나마 재미를 본 발언은 “내 아들 신혼여행을 제주로 보내겠다”는 말이 전부였다.
다만 이어진 경남 일정에서는 대의원 반응에서 문 후보가 다소 우위를 보였다. 연설이 끝난 뒤에는 한 여성 대의원이 문 후보에게 다가와 문 후보의 저서인 ‘운명’을 내밀며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합동연설회 직후 치러진 경남도당위원장 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알려진 김경수 후보가 선출됐다. 김 신임 위원장은 대의원과 권리당원, 일반당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모두 상대 후보에 우위를 점했다. 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문 후보에게도 희소식이다.
한편, 제주·경남 일정에 이어 11일에는 울산·부산에서 합동연설회가 진행된다. 2.8 전당대회는 모든 투표 결과가 한날한시에 발표되는 ‘원샷’ 경선으로 치러져, 합동연설회에서는 별도의 투표가 진행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