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도 신당 창당? 몸집 커지는 신당 논란
입력 2015.01.06 11:54
수정 2015.01.06 12:00
안철수 대선캠프 및 새정추 당시 인사들 "신당 등 관련 방향 논의할 것"
진보·개혁 진영 인사들로 꾸려진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한창인 가운데,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과거 측근’들도 신당 창당 논의를 시작했다.
이들은 오는 15일 준비모임 성격의 회동을 열고, 신당 창당 등의 토대가 될 방향을 비롯해 향후 공동 입장이나 거취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논의의 주축은 안 의원의 대선캠프인 진심캠프에서 팀장 이하 직책을 맡았거나, 새정치추진위원회(이하 새정추)에서 자문위원 등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구체적으로는 윤석규 전 새정추 전략기획팀장과 정기남 전 진심캠프 부실장, 강동호 전 정책네트워크 내일 기획위원 등이 해당 회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 대선 뒤 이른바 '안철수신당' 창당 작업에 참여했던 인사들도 포함돼있다.
윤 전 팀장은 지난 2013년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서 선임팀장을 맡았으며 같은 해 12월 새정추 전략기획팀장에 임명된 바 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지낸 정 전 부실장의 경우도 대선캠프를 거쳐 안 의원과 신당 창당 작업을 함께 했으며 새정추 공보팀장을 지냈다. 아울러 강 전 위원은 대선캠프 지역협력팀장을 지냈고, 오는 12일 출간될 ‘안철수는 왜?’ 대담집의 공동저자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처럼 새정추 당시 인사 중 합당 후 새정치민주연합에 합류하지 않거나, 합류했지만 당내에서 별다른 역할을 맡지 않은 인물 상당수가 최근 거세게 일고 있는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대선캠프와 새정추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5일 데일리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사실 ‘그냥 오갈 데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지 않느냐”며 “당에 들어가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지역에서도 안철수와 함께 새정치연합을 창당했던 사람들이 지금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다들 상당히 답답해한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15일 열릴 모임은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가 이런 상황을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신당 논의에 힘을 실은 건 사실이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이 합류한 ‘국민모임’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 정 전 부실장은 이에 대해 “국민모임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은 뒤, “그쪽 움직임을 논의 대상에 올릴 수는 있겠지만, 신당에 대해서는 다양한 흐름들이 있다. 그쪽 움직임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전 부실장은 또 “우리가 그동안 안철수 의원과 함께 하고자 했던 것에 비춰봤을 때, 우리가 어떤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지금은 오히려 안 의원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아무 역할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자든지 그런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어떤 맥락에서 그런 신당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이야기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팀장 역시 "국민모임 측과 교류는 하고 있으나 합류하는 형태는 아닐 것"이라며 "국민모임이 지향하는 대중적 진보정당만으로는 한국 사회와 한국 정치가 요구하는 내용을 충분히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같은 움직임이 ‘제2의 안철수 신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해당 모임을 주도한 이들 대부분이 대선캠프나 새정추 당시 안 의원과 함께 했던 ‘과거 측근’으로, 현재까지 안 의원 측에서 활동하는 이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안 의원 측 인사 중 당내 중앙당직자인 이태규 실장과 박인복 홍보위원장, 신현호 상황1실장을 비롯해 '핵심' 인사였던 박선숙 전 민주통합당 의원 등 '현재 측근'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당 창당 논의는 시작했지만, 관련 입장이 통일되거나 대표성을 갖는 정치세력을 형성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윤 전 팀장은 한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 의원과 창당을 하려던 당시에는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정치현실에서 새 경쟁구도가 나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런 문제의식을 안 의원과도 공유했다”면서도 “막상 안 의원이 민주당과 통합하며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안 의원과는 무관한 논의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안 의원부터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당 창당과 사실상 흐름을 같이 하는 대담집 출간에 대해 “나와 상의한 적이 없다”며 분명히 선을 긋고 나섰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이날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히고 “지금 당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지난 대선에 대한 불필요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유감”이라며 “지난 대선과 이후의 정치적 선택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안 의원은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소비자가전쇼) 2015'에 참석차 출장 중이며, 이르면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이 실시되는 오는 7일에 맞춰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