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이번엔 "교장·교감도 수업" 정작 현장은 "..."
입력 2014.12.18 10:05
수정 2014.12.18 10:17
일선 학교장들 "현장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 "불통 교육감" 반발
경기도 일대 일선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부 중·고등학교 교장과 교감은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9시 등교 시행 등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정책들과 맞물려 ‘소통하지 않는 교육감’이라는 우려 섞인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교장은 1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장에 대해 잘 알고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잘 모르겠다”며 “어떤 정책을 펼 때에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소통을 하며 그것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 타당성을 조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간 전공 교과에서 손을 놓은 교장과 교감이 치열하게 입시를 다투는 학생들 앞에 얼마나 준비된 자세로 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교과목 교사들과 함께 보조를 맞춰가기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점도 짚었다.
그는 특히 “9시 등교나 상벌점제 폐지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다보니 소통하지 않는 교육감이라는 이야기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많이 들린다”며 “교육감으로서의 소신도 좋지만 소통하지 않는 소신은 결국 독재가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성남의 한 고등학교 교장 역시 “일방적으로 정책을 펴기보다는 현장의 의견을 듣고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공감대를 형성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며 “조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장들이 여유있게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학부모 민원이나 학생 생활지도, 교육지도에까지 관여하고 있는데 모든 것을 총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수업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이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또 경기 수원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감은 “‘모든 교사들은 수업에 전념하라’라고 하면서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배치한 실무사를 교감이 관장하고 실무사와 함께 학교의 모든 공문을 처리한다는 기존의 목표를 다 무시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감에게도 행정 업무가 다 있고 어떤 날은 하루에 회의가 5번이나 있는 경우도 있다”며 “제도화는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기 안양의 한 중학교 교감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제도화하기 전에 일단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교장이나 교감이 수업에 참여했을 때 관리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이 교육감은 지난 16일 “이번 기회에 교장과 교감도 수업할 수 있게 제도화 할 생각”이라며 2015년 경기도교육청의 정책으로 시행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앞서 그는 지난달 25일부터 진행 중인 25개 교육지원청 순회방문과 지난 10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교장과 교감을 포함한 모든 교사가 수업을 하는 게 옳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교육재정 악화에 따른 부담을 일부 해소하고, 교육 차원에서도 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 교육감은 “제도적으로는 조금 더 검토해봐야겠지만 법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혀 법적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이 교육감 주장의 근거로 ‘교육감의 임무’를 담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20조를 들고 있다.
해당 법 1항에는 ‘교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어 2항에는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병문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학생을 교육한다’는 부분을 ‘수업을 해야한다’로 해석하고 있는데, 해당 법조항이 처음부터 그런 의미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며 꼭 그런 뜻만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교장이나 교감이 결국 교무를 총괄하고 소속 직원을 감독하고 학생들을 생활지도하는 등 여러 면에서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학교 현장에 있는 분들 입장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뿐더러 아이들 교육 측면에서도 많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도교육청에서 “의무 시행이 아닌 권고하는 수준”이라며 내놓은 해명과 관련, “지난번 9시 등교 문제처럼 말로는 자율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인사권이 있는 도교육청의 눈치를 보고 반강제로 시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