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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국회선진화법 재개정'에 새정연 웃는 이유

김지영 기자
입력 2014.09.20 09:48
수정 2014.09.20 09:51

새누리 '안건조정위' 새정연 '예산안 자동상정' 맞폐기시 예산 발목 부활

지난 3월 21일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단독 본회의 소집을 요구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이 본격적인 국회선진화법 손보기에 나섰다. 국회선진화법이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도구로 악용되면서 국회식물화법으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국회법 정상화 태스크포스 회의 직후 브리핑을 갖고 “국회선진화법 조항에 관한 개정안을 조만간 제출하기로 했다”며 “토론과 조정 절차는 충분히 보장하되, 일정 시기가 되면 반드시 표결로써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의장은 또 “국회의장과 각 상임위원장, 법안심사소위원장을 상대로 장기간 심의·표결되지 않고 있는 법안에 관해 조속한 시일 내에 심의표결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거기에 대한 결과에 따라서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법안심사소위원장을 상태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국회선진화법 또한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는 만큼, 야당의 동의 없이는 국회 차원에서 개정이 불가능하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아닌 전면 폐기라는 강수를 꺼내들 경우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요구를 접을 수도, 새정치연합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국회법 안건조정위 회부시 개정하려면 운영위원 3분의 2 이상 동의 필요

본래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5월 개정안을 통해 신설된 국회법 조항을 통칭하는 말이다. 따라서 국회선진화법 폐기란 당시 개정에서 신설된 조항에 대한 삭제, 즉 국회법 재개정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제148조 2항(의장석·위원장석 점거 금지), 제148조 3항(회의장 출입 방해 금지) 등 몸싸움 방지 조항에 대해서는 여야간 이견이 없는 상태다.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제57조 2항(안건조정위원회), 제85조 1항(의장 직권상정)과 2항(의안의 신속처리) 등 의안의 상정과 관련된 조항들이다.

먼저 안건조정위는 이견 조정이 필요한 안건에 대해 상임위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에 따라 구성된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법안은 최장 90일 동안 상정 불가능하다. 해당 법안이 상정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의결되거나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야 하기 때문에 여야간 합의가 필요하다.

또 제85조 1항의 의장 직권상정은 개정을 거치면서 천재지변의 경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제한됐다. 개정 전에는 상임위가 특별한 이유 없이 기간 내에 안건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의장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도록 돼있었다.

새누리당이 손보려는 부분도 이 3개 항이다. 안건조정위원회와 의안 신속처리 조항은 다수결이라는 헌법 원칙에 위배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제한은 국회의장의 권한 침해라는 것이 새누리당의 입장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독단적인 국회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회선진화법이 존재하는 이상, 국회법을 개정하려면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원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운영위는 여당 15명, 야당 13명 등 모두 28명으로 구성돼있어 야당 의원의 비중이 3분의 1을 초과한다.

결국 새누리당이 기댈 곳은 헌재뿐인데, 권한쟁의소송은 의장 직권상정 조항에 한정된다. 또 안건조정위와 신속처리 조항을 폐기하려면 헌법소원을 통해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내려져야 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새정치연합은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일부 개정' 요구에 새정치 '전면 폐기' 맞서면 오히려 정부 여당 손해

더욱이 장기적으로는 국회선진화법 재개정 논의가 새누리당의 자충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선진화법은 본래 새누리당이 주도해 만든 법이다.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 참패를 예상했던 새누리당은 당시 민주통합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4년 연속으로 정부 예산안,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등을 날치기 처리했던 새누리당으로써는 민주당의 보복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으로 새누리당이 신설을 추진했던 조항은 의장 직권상정 제한과 안건조정위 신설 등 이른바 날치기 방지 조항들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반대할 명분이 없었던 민주당은 소수당의 발목잡기 방지 조항인 예산안 자동상정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모두에 부담스러운 법이 됐다.

하지만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번에는 소수당이 된 민주당이 국회선진화법 처리를 촉구했고, 처음 법을 제안했던 새누리당은 장기간 내홍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법안 처리에 동의하면서 5월 국회에서 결국 국회법이 개정됐다.

이 때문에 실제 국회선진화법이 개정 수순을 밟게 된다면 의장 직권상정 제한과 안건조정위 폐기를 요구하는 새누리당에 맞서 새정치연합도 자신들이 삽입했던 예산안 자동상정 조항에 대해 폐기를 추진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새누리당의은 입법 주도권을 가져오겠다고 예산안 주도권을 내어줄 수도, 정부 예산안을 지키겠다고 국회법 개정 논의를 접을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새정치연합 측이 새누리당의 국회법 개정 움직임에 무대응 기조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결국에는 이 같은 이유다. 국회법상 새누리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방적인 개정은 불가능에 가깝고, 혹여 여야 합의로 국회선진화법 11개 조항이 전면 폐기된다고 해도 손해보다는 이익이 크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핵심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을 없앤다고 하면 우리한테도 ‘땡큐’다. 야당의 입장에서 가장 강력한 투쟁 무기가 예산안 심의로 정부 예산을 깎는 것인데, 선진화법 때문에 11월이 넘어가면 본회의에 자동상정된다”며 “선진화법이 사라지면 정부의 돈줄을 다시 야당이 움켜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 폐기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 날치기로 불리는 안건 단독 처리가 가능해지지만, 이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다수당인 새누리당에 전가된다. 또 법안 날치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고려하면, 직권상정과 법안 날치기 처리가 과거처럼 연례행사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 헌법소원 철회…당내에도 헌재 결정에 회의적 전망 많아

한편, 새누리당이 예고했던 국회법에 대한 헌법소원은 시민단체의 역할로 넘어갔다. 당초 새누리당 측은 국회선진화법 조항이 헌법 제49조 등에 위배된다며,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이 헌법소원 카드를 접은 것은 헌재에서 현행 국회법이 합헌으로 결정될 경우 발생할 역풍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법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부담인 데다, 당내에서도 국회법에 대한 헌법소원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측은 헌법소원 기각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판사 출신으로 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위헌으로 결정 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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