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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할부금융’ 논란, 호갱님의 큰 밥그릇은 내것...

윤정선 기자
입력 2014.07.18 10:54
수정 2014.07.18 16:44

카드사·중소캐피탈 "나눠 먹는 게 아닌 독과점 해소, 낙수효과 유도"

자동차 제조사 "비정상적인 상품 구조로 역마진 우려"

복합할부금융이 존폐기로에 놓였다. 자동차 제조사가 산업통상자원부에 폐지를 건의하며 압박수위를 높이며 파워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데일리안 취합

자동차를 살 때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 캐피탈사에 돈을 갚는 '복합할부금융'의 존폐를 놓고 자동차 제조사가 산업통상자원부에 폐지를 건의하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카드사는 소비자에게 캐시백이나 금리할인이 가능한 복합할부금융을 폐지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또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여타 캐피탈사는 수익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또렷하게 냈다.

한편에선 소비자 선택이 늘어난 만큼 복합할부금융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카드사와 자동차 제조사 간 갈등이 심화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누가 봐도 밥그릇 싸움에 '소비자'를 운운하는 모양새다.

17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완성차업체는 지난달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복합할부금융 폐지를 건의했다. 이는 복합할부금융을 통해 카드사와 중소캐피탈사가 부당하게 수수료를 나눠간다며 금융감독원에 이어 산자부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부에선 이를 금감원 압박 수단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3월 복합할부금융 폐지로 방향을 잡았다가 카드사와 중소캐피탈사 반발로 속도를 조절했다. 이후 공청회를 통해 카드사와 캐피탈, 자동차 제조사,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을 불러모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복합할부금융 폐지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맹점 수수료 때문이다. 예컨대 소비자가 2000만원 자동차를 구입했다면 가맹점 수수료(1.9%)로 40만원 가까이 카드사에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제조사는 2000만원 자동차를 팔아도 1960만원만 손에 쥔다.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에 0.33%만 챙기고 0.2%는 고객에게 캐시백 형태로 돌려준다. 나머지 1.37%는 캐피탈사에 준다. 캐피탈사는 이를 다시 고객에 금리할인(0.37%) 혜택으로 떼어 주고 일부는 자동차 판매사원(1%)에게 인센티브 명목으로 준다.

이 같은 구조로 자동차 제조사는 자신들에게 뜯어간 돈(가맹점 수수료)을 캐피탈사와 고객, 카드사가 나눠 먹는다며 폐지를 주장한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복합할부금융이 소비자에게 캐시백(0.2%)과 금리할인(0.37%)를 제공해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라며 "또 자동차 영업사원이 가져가는 인센티브가 많다 보니 영업사원 재량에 따라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 변동폭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합할부금융 외에도 신용카드 할부결제나 캐피탈사 상품, 은행 대출 등을 통해 자동차를 살 방법은 많다"며 "비정상적인 복합할부금융을 폐지해도 소비자 선택권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카드사와 중소캐피탈사가 바라보는 시각은 자동차 제조사와 큰 차이를 보였다.

중소캐피탈사 관계자는 "캐시백을 포함한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는 가맹점 수수료에서 나온다"며 "복합할부금융 폐지를 주장하는 자동차 제조사의 주장은 '가맹점 수수료를 내기 싫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복합할부금융을 통해 '나눠 먹는다'는 표현보다 수익이 카드사-중소캐피탈-영업사원-소비자에게 분배되는 '낙수효과'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복합할부금융 인기 높아져 폐지할 수밖에 없다?

복합할부금융 시장규모는 지난 2010년 8654억원에서 지난해 4조5906억원으로 5배 가까이 성장했다. 그만큼 소비자 선택을 받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복합할부금융의 성장을 놓고도 카드사와 자동차 제조사는 서로 다른 해석을 했다.

카드복합할부 제도 ⓒ데일리안

카드사와 중소캐피탈사는 복합할부금융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선택했다는 것이다. 반면 자동차 제조사는 복합할부금융이 영업사원에게 주는 리베이트를 높게 책정하면서 시장이 커졌다고 맞섰다.

일부에선 자동차 제조사가 영업사원 수익체계를 개선하지 않은 채 오히려 카드사와 중소캐피탈사만 나무라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사원 입장에선 소비자가 현금으로 자동차를 구매했을 때보다 복합할부금융을 통해 살 때 수익이 더 크다"며 "자동차 제조사가 이런 구조를 먼저 개선하고 복합할부금융 문제를 언급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약 복합할부금융 외에도 좋은 상품이 있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그 상품을 선택할 것"이라며 "소비자 선택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익이 악화된다며 상품을 폐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복합할부금융 상품이 폐지되면 중소 캐피탈사의 영업사원, 대출중개인 등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라며 "상품 폐지는 특정 자동차 그룹에 유리한 특혜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복합할부금융 시장이 성장하면서 자동차 제조사 수익이 크게 악화됐다"며 "과거에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복합할부금융 때문에 역마진이 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존폐를 결정할 금감원은 업계 목소리를 다각적으로 검토한다면서도 자동차 제조사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자동차 제조사 모두 각각의 입장차가 크다"면서도 "하지만 복합할부금융 자체에 불필요한 과정이 있기 때문에 현행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상품에 대한 조정을 거치겠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업계 간 이견을 좁히는 게 지금은 최선의 방법이자 최우선"이라고 대답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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