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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기로에 선 자동차할부금융…소비자만 '봉'

윤정선 기자
입력 2014.06.18 13:42
수정 2014.06.18 14:37

카드·캐피탈사 "복합할부… 금리 인하로 소비자 혜택 제공"

현대기아차 "복합할부… 판매비용 상승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

자동차 카드 복합할부 제도 ⓒ데일리안

#직장인 A씨는 2000만원대 중소형차를 구매하기 위해 자동차 대리점을 방문했다. 대리점에서 영업사원은 A씨에게 대뜸 B카드사의 신용카드로 할부구매하면 1%P 금리 인하와 카드사 캐시백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영업사원은 A씨에게 카드결제를 권유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제휴를 맺고 자동차 값을 깎아주는 카드 복합할부상품(신용카드 연계 자동차금융)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자동차 제조사가 복합할부상품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는 결제금액의 2%에 가까운 가맹점 수수료가 판촉비를 갉아먹고 있어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복합할부가 소비자에게 득이 아닌 해가 되는 상품이라고 카드사와 캐피탈사를 몰아세웠다.

반면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가 문제 있다는 자동차 제조사의 주장은 카드결제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며 맞섰다. 캐피탈사도 현대기아차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을 폐지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측 모두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복합할부 존폐에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금융연구원 주최로 '신용카드 연계 자동차금융(복합할부)의 적정성 검토 및 개선 방안' 간담회가 진행됐다.

복합할부는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자동차를 사면 카드사가 캐피탈사에 차량대금 채권을 넘기는 상품이다. 캐피탈사는 카드결제일로부터 3일 안에 차량대금을 소비자 대신 카드사에 대납한다. 복합할부는 사실상 캐피탈사의 대출상품이다.

카드사는 복합할부로 신용공여기간을 거의 갖지 않아 부담이 없다. 일반적으로 카드결제에서 카드사가 부담하는 신용공여기간은 30일이다. 채권도 캐피탈사가 가져가 카드사는 소비자에게 돈 떼일 걱정도 없다.

복합할부 카드사 수익구조는 일반 가맹점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결제금액의 2% 가까운 가맹점 수수료를 받으면서 생긴다. 소비자가 2000만원 자동차를 구입했다면 40만원이 카드사에게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제조사는 2000만원 자동차를 팔아도 1960만원만 손에 쥐게 된다.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에서 자신의 몫을 제외하고 자동차 영업사원과 캐피탈사에게 나눠준다. 이 때문에 영업사원은 소비자에게 전액 현금으로 자동차를 팔았을 때보다 복합할부로 판매하는 게 더 이득이다.

캐피탈사는 카드사로부터 받은 금액 중 일정액을 소비자에게 금리인하 방식으로 혜택을 제공해 상품이용을 유도한다.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복합할부상품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결과적으로 복합할부는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받아 카드사와 영업사원, 캐피탈사, 소비자가 나눠먹는 구조다.

이같은 이득 분배구조는 자동차 제조사가 복합할부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자동차 제조사가 낸 돈으로 금융사가 영업하고 쪼개 먹느냐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를 대신해 간담회에 나온 황유노 현대캐피탈 부사장은 "복합할부는 상도에 어긋나있다.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를 편취하는 상품"이라며 "이 상품이 금지되지 않으면 상품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부사장은 이어 "고객에게 온전히 가야 할 판촉비 예산이 엉뚱한 사람에게 가고 있다"며 "가맹점 수수료를 카드사와 캐피탈사, 영업사원까지 나눠 먹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가맹점 수수료로 874억원을 카드사에 지불했다. 현대기아차는 판촉비로 쓰여 할 874억원이 카드사와 캐피탈사 배를 불리는 데 쓰였다고 주장한다. 현대기아차 주장대로라면 874억원은 소비자에게 쓸 돈이다.

자동차 제조사 VS 카드사 '자장면' 카드결제 격돌

반면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가 '편취'라는 자동차 제조사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완고하게 맞섰다.

정상호 삼성카드 상무는 "중국집에서 자장면 하나 시켜 먹어도 카드로 결제한다"며 "이는 소비자 선택의 문제다. 가맹점 수수료가 나가는 만큼 원자재 공동구매나 경영환경 등을 개선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정 상무는 이어 "신용카드는 모든 현금결제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수단"이라며 "특히 복합할부에서 발생하는 가맹점 수수료를 사회적 비용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지만 상명대학교 교수는 "자장면 가격에 2%(가맹점 수수료)하면 얼마 안 된다"며 "자동차 가격 2000만원의 2%는 40만원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복합할부는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당장 금리인하 같은 이득을 주겠지만, 장기적 봤을 때 그렇지 않다"며 "자동차 제조사는 가맹점 수수료로 판매비용이 증가하면서 불가피하게 자동차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동현 삼호모터스 사장도 "복합할부로 캐피탈사와 카드사에게 도둑질당한 느낌"이라며 "차 열심히 팔아서 카드사, 캐피탈사 다 주고 있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다"고 일갈했다.

지 사장은 그러면서 "경제의 가장 기본 원칙은 거래비용 최소화해서 경제효율성 높이는 것"이라며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할부금융을 이용하면 금리인하 해준다는데 왜 자기 돈 갖고 인하해야지 남의 돈으로 인하해주냐"고 반문했다.

대안으로 제시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서차지'

자동차 제조사와 카드사, 캐피탈사가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오가며 각을 세운 가운데 크게 두 가지 대안이 나왔다.

지 사장은 "가맹점 수수료는 지금보다 낮춰져야 한다"며 "수수료가 조정되면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챙기는 가맹점 수수료를 제원으로 자동차 영업사원 리베이트 주고 고객에게 캐시백 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객계좌에서 결제금액을 바로 빼가는 체크카드 결제의 가맹점 수수료는 1.5% 수준이다. 복합할부도 카드사가 캐피탈사로부터 결제금액을 받기 때문에 신용카드 기준이 아닌 체크카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복합할부에서 카드사의 신용공여기간은 거의 하루다"며 "그것도 캐피탈사가 보증해 아무런 위험이 없다. 하루의 신용공여로 가맹점 수수료를 1.9% 받아간다는 것은 고리대금으로 따지면 수천퍼센트로 돈을 떼 가는 것"이라며 수수료 인하에 힘을 실었다.

서영경 YMCA 신용사회운동국 팀장도 "복합할부에서 카드사의 신용공여기간이 짧아서 체크카드 수준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서차지(Surcharge)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차지는 가맹점이 카드결제와 현금결제에 차별을 둘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가맹점 입장에선 카드결제로 수수료가 발생하는 만큼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현행법상 카드결제와 현금결제에 차별을 두면 안 된다.

황 부사장은 "외국에도 신용카드로 자동차 살 수 있지만, 가맹점 수수료 부담으로 대리점이 잘 받지 않는다"며 "카드결제를 받는다고 해도 현금과 차별적 대우를 통해 고객에게 수수료를 물린다. 한국만 서차지를 못하게 돼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번 문제의 본질은 서차지 규제로 발생했다"며 "서차지는 신용카드를 보급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하지만 공정하게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려면 카드 수수료를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결제와 할부결제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자동차 영업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결제방법에 있어 카드와 현금에 차별을 두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복합할부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나 영업장 뒤에서 소비자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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