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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주고 경품주는 대한민국…카드 불법모집 백태

김재현 기자
입력 2014.07.03 13:57
수정 2014.07.03 15:13

카파라치제도 개선 이후 불법모집신고 접수실적 기존 월평균 11건에서 개선 후 67건으로 5배 증가

3일 금감원에 따르면, 카파라치제도 개선 이후 불법모집신고 접수실적은 기존 월평균 11건에서 개선 후 6월까지 67건으로 5배나 증가했다. ⓒ데일리안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00구 소재 전시관에서 개최된 국제아웃도어캠핑페스티벌을 방문해 구경 중, 유아용 유모차 판매행사장 부스에 있던 한 판매원이 자신에게 다가와 카드를 신청하면 유모차를 카드 1장당 5만원씩 할인해주겠다며 모두 2장을 발급할 것을 권유했다. 특히 판매원은 본인의 신분을 철저히 밝히지 않고 카드신청서 대신 택배발송을 위한 상품판매서 형식의 양식만 기재토록 하는 등 모집인의 신분을 숨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 상품판매서에 기재된 내용은 판매원으로 가장한 카드모집인이나 같은 모집인으로부터 정보를 넘겨받은 타사의 모집인이 대필로 카드신청서를 작성해 정식으로 카드신청서를 카드사에 제출하게 되는 절차를 밟았다. 김씨는 이같은 위법사실을 신고하기 위해 판매원이 요구하는 카드2장을 발급받고 현장에서 유모차를 구매하는 형식의 미스테리 쇼핑을 실시했다. 김씨의 신고를 받은 금융감독원은 카드사에서 신용정보사에 신용정보 조회와 본인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판매원으로부터 정보를 넘겨받은 카드 발급사 모집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법행위를 한 모집인은 카드사와 계약이 해지되고 이같은 내용은 여전협회에 등록돼 일정기간 모집인 활동이 금지됐다. 또한 금감원은 이 모집인에 대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신용카드 불법모집 근절에 일환으로 시행중인 카파라치제도를 놓고 카드모집인 단체와 금융당국간 이견이 충돌하고 있다. 단체에서는 "카파라치제도가 자칫 생계형 카드모집인을 죽인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반면 금융감독당국은 "신용공여까지 해서 카드모집을 하는 기업형 종합카드사형 모집인들이 오히려 생계형 모집인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카파라치제도는 지난 2012년 12월 금융감독원과 여전협회가 공동으로 불법 카드모집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길거리모집, 타사 카드모집, 과다 경품제공 등 불법모집 사례가 근절되지 않자 지난달 1월부터 포상금 상향조정, 신고기한 연장 등 카파라지 제도 개선을 마련해 시행했다.

미등록모집과 타사카드모집 등 포상금은 종전 20만원에서 100만원, 불법모집 사실 발생일로부터 20일 이내에서 60일이내로 신고기한을 연장했다.

이 결과 신용카드 불법모집신고 접수가 부쩍 늘었다.

3일 금감원에 따르면, 카파라치제도 개선 이후 불법모집신고 접수실적은 기존 월평균 11건에서 개선 후 6월까지 67건으로 5배나 껑충 뛰었다.

이 제도 시행이후 올해 6월말까지 카파라치 신고접수는 총 259건이다. 신한카드가 80건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카드(49건), 현대카드(28건), 롯데카드(25건), 외환카드(23건), 국민카드(10건)가 뒤를 이었다.

카드모집인 단체가 카파라치제도가 생계형 모집인을 위협하고 있다는 입장과 달리 금감원의 조사결과 생계형 모집인의 피해는 일부에 불과했다.

카파라치 제도로 신고돼 포상금이 지급된 불법 모집인 52명의 월평균 모집수당을 파악해 본 결과 200만원 이하는 15% 수준이었다. 반면 400만원 이상인 모집인은 54%를 차지했다.

금감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상식적인 선에서 돈을 주는 행위(신용공여)를 해서라도 카드모집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신용카드 만들어서 빚 좀 내라. 그러면 돈 줄께"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 금감원이 대형카드사 5곳을 검사한 결과, 카드 모집인들 가운데 연간 3~4억원을 받는 모집인들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3~4억씩 받아가는 기업형, 종카형(종합카드사형) 모집인들 때문에 생계형 모집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며 "다단계식의 카드모집을 유도하니까 생계형 모집인들이 더욱 모집행위를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속 모집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전속모집인보다 여러 카드 모집을 같이 하는 모집인들이 대부분이다. 금감원이 지난달 까지 신고접수된 건을 분석해보니 미등록모집이나 타사 카드모집(포상금 100만원)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금감원은 이같은 모집행태에는 어쩔수 없는 생리적인 현상임을 인정한다. 전속 모집인제도를 이행하고 있어도 워낙 많은 국민들이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 카드사 브랜드 카드 미소지자를 찾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기 때문에 상식수준에서 하나의 카드 모집을 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모집행태로 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이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카드사별로 모집인 지급수당을 조사해보니, 카드사마다 1000~1200억원 정도 전업수당을 모집인에게 지급하고 있었다.

한 전업계 카드사의 경우 모집인이 고객에게 1개의 카드를 발급받으면 평균 17만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수당지급이 많아질수록 카드사들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 현금서비스 수수료와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리게 마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로운 카드를 발급할 사람을 찾기 보다 다른 카드를 쓰는 고객을 뺐어와야 하기 때문에 신용공여나 경품제공 등 카드사의 영업비용은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수료가 올라가면 급전이 필요해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신용카드 불법모집 행태에 있어 발본색원해 시장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간 신용카드 불법모집의 실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대출실행이나 카드 발급에 있어 본인 확인과 자필 동의서는 기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카드발급 신청서를 안받고 모집인들끼리 대필을 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것. 금감원에서는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5곳의 카드사의 신용카드 불법모집에 대한 검사를 마쳤으며 전업계카드사 2곳을 더 검사할 예정이어서 이들에 대한 징계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업카드사들이 카드 불법모집에 대해 묵인하거나 방조하면 엄중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기업형 모집인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같은 모집행태를 유도하는 카드사들이 더 문제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더욱 카드사들의 엄중 제재에 있어 지난 2012년 신용카드 불법모집 근절대책 세부 시행방안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카드사의 카드 모집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강화하는 것으로써 모집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항을 내규에 반영하고 위반시 제재한다는 원칙이다.

앞으로 금감원은 카파라치 제도를 사회적 감시망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운영과 함께 금감원, 여전협회, 카드사 공동으로 합동 기동점검반을 가동해 종합적인 관리감독을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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