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마운트 쿡의 두 가지 얼굴 '반전 매력'
입력 2014.06.07 00:22
수정 2014.06.07 12:17
[Wanna Be There]하늘을 '쿡' 찌르는 산
크라이스트 처치를 출발하는 뉴질랜드 남섬 여행 경로에는 몇 가지 빠지지 않는 여행지가 있으니 바로 이곳, 마운트 쿡(Mt.Cook)이다.
푸카키 호수의 감동을 그대로 갖고서 도착한 마운트 쿡은 뭐랄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날씨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지킬앤하이드’의 뺨을 후려칠 만큼 극과 극의 날씨를 구경할 수 있었던 곳, 이곳이 바로 마운트 쿡이다.
마운트 쿡으로 향하는 길, 근처 아이사이트에 들러 정보를 얻었다. 우리가 뉴질랜드에 도착했을 때는 겨울이 끝날 무렵이라 마운트 쿡까지 가는 길의 통제가 풀렸는지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
트래킹코스가 유명하긴 하나 돌아보기 위해서 미리 관련 상품을 찾아 예약을 해야 하고 트랙을 도는 시간도 넉넉잡아 3~4시간은 걸릴 듯해서 이번엔 슬쩍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행히 가는데 까지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번엔 마운트 쿡의 유명하다는 후커밸리트랙(Hooker Valley Track)을 돌아보자는 이야기도 나눴지만, 걷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친구와 내가 언제 뉴질랜드를 다시 찾을지, 그리고 그때도 트래킹이 가능할지 모를 일이기는 했다.
마운트 쿡의 두 가지 얼굴?
푸카키 호수를 지나쳐 마운트 쿡으로 가는 시간은 대략 20여 분이 걸린다.
푸카키 호수의 아름다운 색에 정신을 놓고 감탄하다 보면 만년설이 아름다운 마운트 쿡이 점점 가까워지고 분명 이때만 하더라도 날씨가 좋으니 가벼운 등산이라도 해볼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운트 쿡의 입구에 들어서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자 뺨을 세차게 때리는 산바람에 다시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모자를 뒤집어썼다. 멀리서 보던 평화로운 느낌과는 다른 '겨울의 산'이 차가운 바람과 함께 맞아주었다.
입산 통제를 해 놓은 곳이 없어서 걷는 것은 무리가 없었지만, 눈발이 날리고 세찬 바람에 그저 주변을 둘러보는 것에만 만족하기로 했다.
마운트쿡의 입구에도 홀리데이파크가 있었지만, 겨울에는 운영하지 않는다는 문구만 적혀 있어 썰렁한 주변과 함께 무언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돌았다.
- 조금만 걸어보다가 가자.
- 응~
친구와 나는 등산을 할 생각도 트래킹을 할 생각도 일찌감치 접었기 때문에 가볍게 주변을 돌아본다는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녹다가 다시 얼어붙은 빙판길을 지나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고 나니 이정도면 되었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 이상까지 가기엔 아이젠과 같은 특별한 등산 장비도 없었던지라 그저 커다란 산을 바라보는 데서 만족했다.
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당황한 건 다른 관광객들도 마찬가지. 때마침 마운트 쿡에 온 여행객이 2~3팀 더 있었는데 그들도 예상치 못한 날씨에 멀리 가보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기만 했다.
가이드북으로 찾아 본 마운트 쿡은 역시 '트래킹'을 통해야지 그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듯. 그래도 눈이 쌓인 산의 모양새가 멋져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아쉬운 건 찍은 사진으론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세찬 바람에 눈발에 한겨울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날씨였지만,
반대편은 구름 사이로 햇볕이 내리쬐고 무지개까지 걸렸다. 휘몰아치는 바람에서 바라보는 무지개는 어찌나 묘한 기분이 들던지.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이렇게 상반되는 날씨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재미난 경험이었다.
구름을 콕 찌르는 산, 마운트 쿡
마운트 쿡은 마오리 언어로 '아오라키(Aoraki)'라고 하는데 '구름을 찌르는', '구름을 뚫는', '구름봉오리' 등으로 해석된다.
그 정도로 높고 뾰족한 산이란 의미일 것이다. 마운트 쿡 높이는 3,724m로, 한라산 1,950m와 비교하면 확실히 높긴 높다. 거기에 산이 험하고 기상변화가 심해 매년 20~30건의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한다.
돌아가는 길 발견한 메모리탑은 그런 마운트 쿡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고자 세워진 듯 보였다.
누군가의 손으로 세워졌을 탑엔 마운트 쿡에 잠든 이들의 이름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 산을 정복하고자 시작한 여정은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기다리던 가족은 몇 글자로 그들을 향한 마음을 표현했다.
반대편에 뜬 무지개가 이곳을 찾았다 돌아가지 못한 영혼들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너무 동화 같은 이야기일까. 산의 위엄에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 번 참으로 유난스러운 날씨라고 생각했다.
차에 시동을 걸고 무지개가 뜬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하늘은 맑아지고 짧은 겨울을 경험하고 만난 푸른 하늘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여행은 아직도 많이 남았고 또 얼마나 다양한 날씨와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만 부지런히 가 보기로 한다. 뉴질랜드는 아직도 모든 걸 다 보여주지 않았으니.
1%의 소소한 이야기 : 마운트 쿡의 '쿡'은 뉴질랜드와 호주를 탐사한 영국인 선장 '제임스 쿡'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렇지만, 이 산의 형세를 봤을 때, 그가 산에 오른 일은 없었을 것 같다./글·사진-신난제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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