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테마파크?!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입력 2014.03.02 09:29
수정 2014.03.03 11:43
또 논의되는 김연아 빙상장 건립..또 경제 타당성 밀릴까 우려
단순한 경기장 건립 넘어 기업-지자체-공익 등 가치 한 그릇에 담아야
한국 빙상계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인 피겨 전용 빙상장 건립이 이번에는 이뤄질까.
지난달 25일 인천공항에서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선전한 선수단 환영식이 열렸다.
환영식에서 나온 "올림픽공원에 김연아 이름을 딴 빙상장을 짓는 것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장관은 "시설의 명칭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같이 고민하고 합의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며 검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이른바 ‘김연아 빙상장’ 건립 문제가 4년 전에 이어 다시 화제가 되는 순간이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사상 가장 위대한 연기를 펼쳤다는 극찬과 함께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는 같은 해 가을 국내서 열린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G20 정상에게 말하세요' 캠페인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피겨전용 링크장 하나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라며 피겨 꿈나무 육성과 국내 피겨 스포츠 대중화를 위한 바람을 전했다.
이 동영상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소개된 이후 서울과 경기 등지에서 피겨 전용 빙상장 건립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고, 김연아 빙상장은 금방이라도 건립될 것 같았지만 끝내 그렇지 못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김연아 빙상장이 체육시설로서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돈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때문이다. 현행법상 체육시설내 상업시설 등 돈을 벌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는 공간적인 제약도 제도적인 제약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용료 역시 지나치게 비싸게 받을 수도 없고, 이용시간 역시 자유롭지 않다.
한 가지 예로 전국의 10개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월드컵축구경기장 가운데 대형 마트, 결혼식장 멀티플렉스 극장 등 상업시설들이 나름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월드컵경기장들은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현재까지 매년 수십억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서울 외 지방 월드컵경기장들도 적자 줄이기에 부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참고로 지난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도 군포시의 김연아 빙상장 건립 계획에 대해 내놓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는 '김연아 빙상장이 완공됐을 때는 김연아가 은퇴했을 가능성이 높아 빙상장 활용 가치에 의문이 생긴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포시는 KDI가 최종 보고서에서 '당초 사업계획보다 규모를 축소 조정할 경우 경제적 타당성이 높고, 재원조달 가능성도 커진다'고 제안한 내용을 받아들여 김연아 빙상장의 규모를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해 건립 예산을 706억원으로 대폭 줄이고, 규모도 2만90㎡ 전체 부지에 연면적 8000㎡로 추진하기로 했다. 관람석도 당초 5000석에서 1500석으로 줄이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하지만 이듬해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음에도 김연아 빙상장은 계획 자체가 사실상 백지화 됐다. 역시 경제적 타당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렇듯 이런저런 이유로 김연아의 이름을 딴 피겨 전용 빙상장 건립은 번번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렇다면 김연아가 현역에서 은퇴한 현재 피겨 전용 빙상장 건립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앞서 소치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환영식장에서 거론된 김연아 빙상장 건립 논의는 사실 피겨 전용 빙상장 건립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올림픽공원에 지어지는 빙상장이 피겨 전용 빙상장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성 내지 용도적 타당성 면에서 보면 다른 아이스링크와 마찬가지로 다목적 아이스링크로 지어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에도 체육시설로서 김연아의 이름을 딴 피겨 전용 빙상장의 건립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김연아 피겨 전용 빙상장의 건립의 해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이 문제와 관련해서 발상을 한 번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김연아 빙상장’ 건립이 아닌 ‘김연아 테마 파크’ 조성으로의 발상 전환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체육시설로서 피겨 전용 빙상장은 앞서 논의됐던 대로 ‘적자와의 전쟁’이 필연적이다. 피겨 전용 아이스링크는 아이스링크 유지관리 비용 등 단위면적당 운영비용이 다른 체육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당연한 일이다. 특히, 빙상장 하나로 연습장으로도 쓰고 대규모 국제대회까지 열 수 있는 경기장을 짓는 것은 한국의 현실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김연아 측이 손을 잡고 하나의 건물이 아닌 일정한 면적의 부지 위에 피겨 스케이팅을 테마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테마파크에 들어서는 시설들 가운데 하나를 피겨 꿈나무들을 위한 피겨 연습장으로써 피겨 전용 빙상장을 건립한다면 수익성과 공익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
가칭 ‘김연아 파크’ 내지 ‘김연아 랜드’ 같은 이름의 피겨 테마파크에 김연아가 선수시절 사용하던 스케이트나 경기복, 메달들을 전시하는 김연아 박물관과 다양한 놀이기구, 피겨 체험 시설, 피겨 전용 연습 아이스링크 등을 기업과 김연아 측이 만들고, 이 시설을 지방자치단체가 관광자원으로 적극 홍보하고 다양한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프로모션 한다면 얼마든지 수익을 내는 시설로서 발전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테마파크 내부의 피겨 전용 아이스링크의 운영비용도 충당할 수 있다.
김연아 테마파크를 유치하는 지자체는 그 순간 ‘김연아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그 브랜드 가치를 탐낼 지자체는 넘쳐날 것이 자명하다.
여기서 테마파크 운영 외 피겨 꿈나무 발굴과 육성, 피겨의 저변확대 등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한 제반 사항은 ‘김연아 재단’ 같은 단체가 총괄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다. 박지성 재단과 장미란 재단이 축구와 비인기 스포츠 종목 발전에 상당히 좋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사례를 벤치마킹 한다면, 김연아 재단이 피겨를 비롯한 한국 동계스포츠 발전에 담당할 역할이 분명 있다고 보인다. 김연아 테마파크는 분명 김연아 빙상장보다는 스케일이 큰 프로젝트다. 돈도 더 많이 들고 시간도 더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가깝게는 4년 뒤 한국 피겨가 평창 동계올림픽 무대에 김연아의 후계자를 내세우고, 장기적으로 한국 피겨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는 데 이 프로젝트가 꼭 필요한 일이라면 발상의 전환을 통해 판을 더 키워 장기적으로 더 큰 효과를 도모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옳은 방향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