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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요지부동? 월드컵 의지 있나

이준목 기자
입력 2013.10.29 13:51
수정 2013.10.29 15:23

언론·축구계 박주영 행보 이목 집중..정작 본인은 여유?

홍명보호 선발기준 충족시키려는 절박함 보이지 않아

박주영 ⓒ 연합뉴스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볼 수 없어도 박주영(28·아스날)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대표팀에 마땅한 공격수가 없다'는 아우성이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박주영의 이름이 거론된다. 벌써 3시즌 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선수, 최근 6개월은 아예 출전기록 자체가 전무한 선수를 아직도 그리워 할 만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공격수들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게 슬프지만 현실이다.

현재 박주영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 축구계나 언론에서만 이 문제를 놓고 걱정하고 난리를 치고 있을 뿐, 정작 당사자 박주영은 전혀 서두르거나 조급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여름이적시장 때부터 박주영 향후 거취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지만 정작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최근에는 위건이 박주영에 관심을 보이며 긴급임대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국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무산됐다. 2부 리그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에서 벤치 신세를 면하지 못하던 윤석영이 긴급임대 방식으로 돈캐스터를 선택한 것과 대조된다.

윤석영이 긴급임대를 선택한 이유는 물론 출전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더 궁극적인 이유는 2014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QPR에서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던 윤석영은 출전기회를 잡지 못할 경우, 대표팀에서의 입지도 위태롭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활약이 대표팀 발탁의 전제 조건임을 원칙으로 했고, 윤석영은 최근 두 번의 대표팀 선발에서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긴급임대는 윤석영의 자발적인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윤석영은 래드냅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출전기회를 잡을 수 있는 팀으로의 임대를 요청했다. 1월 겨울이적 시장까지 기다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긴급임대라는 방식을 감수한 것은 윤석영이 그만큼 현재를 절박한 상황으로 인지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처지인 박주영은 느긋하다 못해 요지부동이다.

아스날에서는 이미 전력에서 배제된 지 오래고 앞으로도 가망은 보이지 않는다. 홍명보 감독도 몇 차례나 뛸 수 있는 팀을 고르라고 조언한 바 있지만 달라진 게 없다. 가뜩이나 언론노출을 꺼리는 박주영이 내내 침묵만 지키고 있으니 정작 자신의 현재 상황이나 이적문제에 대해 얼마나 적극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사실 박주영 개인으로만 놓고 보면 다급할 게 없다. 아스날에 머물러도 출전기회는 얻지 못할지언정, 계약기간 고액의 주급이 꼬박꼬박 들어온다.

문제는 내년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 입장에서는 박주영을 마냥 기다려 줄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월드컵 본선까지는 불과 8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박주영은 반 년 넘게 실전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경기력이 대한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 사이에 아스날에서 박주영의 입지가 기적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쯤 되면 사실 가장 궁금한 것은 박주영의 진심이다. 과연 대표팀 복귀와 월드컵 출전에 대한 박주영 본인의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다. 일부 축구인이나 팬들만 박주영 때문에 아무리 애간장을 녹인다 한들 박주영이 대표팀과 월드컵에 대한 적극성을 띠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박주영이 그저 자신의 커리어나 자존심만 생각한다면 이적을 서두르지 않아도 무방하다. 어차피 런던올림픽을 통해 병역문제까지 해결한 마당에 내년 1월 이적시장까지 여유 있게 기다리거나 아예 아스날과의 계약기간을 채우더라도 박주영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전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박주영을 영입할 당시 큰돈을 들인 아스날만 오히려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아니라면 지난 여름이적시장 이후 박주영이 보인 소극적인 행보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사실 대표팀이나 월드컵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아스날을 탈출해서라도 뛸 수 있는 소속팀을 구했어야 했다.

현재 박주영은 컵대회에서조차 유망주들에 밀려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것이 아스날에서 박주영의 현실적인 위상이다. 박주영이 월드컵에 대한 목표의식이 있다면 누구보다 진로에 대한 새로운 결단을 서둘렀어야 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변화에 대한 절박함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대중들이 최근에 박주영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던 유일한 창구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을 통해서였다.

영국출장을 다녀온 홍명보 감독은 당시 박주영과의 면담을 통해 "유럽에서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벵거 감독과의 관계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실이라면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다. 자신을 영입해놓고 2년째 제대로 출장기회도 주지 않는 감독과의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모예스 감독 부임 이후 맨유의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가가와 신지는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소속팀에서의 부족한 출전시간이 대표팀에서의 활약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고백했다. 기성용과 박지성도 소속팀에서 출전기회가 줄어들자 과감히 임대와 이적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보통 선수들이라면 이게 당연하고 상식적인 반응이다.

무엇보다 박주영의 이런 흐리멍덩한 태도는 병역혜택이 걸린 대회에 임할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박주영은 이미 국가대표로서 올림픽과 월드컵을 두 번이나 소화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때는 와일드카드로 합류하기 위해 스스로 소속팀 모나코를 직접 설득하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2012년에는 병역논란에 대한 입장해명을 권하는 최강희 감독의 제의마저 뿌리치고 잠적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홍명보 감독이 부른 런던올림픽에는 거리낌 없이 참석했다.

당시 박주영이 홍명보호에 어떻게든 참가하기 위해 보여준 눈물겨운 의지를 팬들은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동메달을 확정하던 런던올림픽 3·4위전을 끝으로 박주영은 대표팀을 위해 그만한 경기력도 열정도 더 이상 보여준 적이 없다.

대표팀은 더 이상 박주영에 연연할 시간이 없다. 박주영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변에서만 대표팀 승선 운운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이 월드컵의 꿈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3년째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선수를 위한 '무임승차'의 자리는 더 이상 허용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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