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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홀린 ‘염갈량 매직’…감독 야구의 진수

김윤일 기자
입력 2013.10.09 18:52
수정 2013.10.09 18:57

시종일관 다양한 작전으로 1~2차전 승리 이끌어

9회말 1사 만루에서는 상대 허 찌른 스퀴즈 번트

경기 내내 다양한 작전으로 상대를 홀린 염경엽 감독. ⓒ 넥센 히어로즈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초짜’ 넥센의 패기와 ‘관록’ 두산의 경험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파다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넥센 히어로즈가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10회 김지수의 끝내기 안타로 3-2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먼저 2승을 거둔 넥센은 1승만 더 거둔다면 LG가 기다리고 있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다. 역대 준플레이오프에서 먼저 2승을 거둔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83.3%(6차례 중 5번)이며, 징크스를 깬 단 한 번의 이변은 2010년 2패 후 3승을 쓸어 담으며 롯데를 꺾은 두산이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맞이한 넥센이지만 오히려 긴장한 쪽은 두산이었다. 지난 시즌은 물론 최근 6년간 5차례나 가을 잔치에 올랐지만 두산의 큰 경기 경험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불펜이 약하다 보니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구원투수들은 볼넷 남발이 속출하며 스스로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넥센 역시 강정호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이 지나치게 긴장한 듯 타석에서 힘을 발휘 못하거나 수비 시 실책을 저지르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두 팀의 희비는 감독의 역량에서 엇갈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난 1차전부터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으로 가을 잔치를 즐기는 듯한 인상을 내비쳤다. 여기에 ‘염갈량’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시종일관 끊이지 않는 작전 지시로 두산을 마구 흔들었다.

가장 좋은 예가 9회말 2-2 동점을 만든 뒤 서동욱에게 지시한 스퀴즈 번트였다. 서건창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승부의 균형을 맞춘 넥센은 계속된 1사 만루의 기회를 이어나갔다. 타석에는 2타수 무안타의 서동욱이었고 김선우의 초구를 크게 휘두르는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더 이상 점수를 줄 수 없었던 두산 김진욱 감독은 당연히 내야수들의 전진 수비를 지시했다. 땅볼이 나올 경우 홈으로 파고드는 3루 주자를 잡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염 감독의 생각은 한 발 앞서나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스퀴즈 작전을 구사한 것.

황급히 놀란 투수 김선우와 3루수 이원석이 뛰어 들어왔지만 3루 주자 유한준은 이미 홈플레이트에 다다르고 있다. 하지만 서동욱의 번트는 파울이 되고 말았다. 두산 입장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릴만한 작전이었다.

10회말 박병호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적극적인 리드를 한 부분도 두산을 흔들고자 한 염 감독의 승부수였다. 지난 1차전부터 두산의 1루는 외야수 김현수가 지키고 있었는데, 내야 수비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결정적인 순간 투수의 견제구를 빠뜨려 결승득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안방에서 2승을 쓸어 담은 넥센은 기분 좋게 잠실 원정을 나서게 됐다. 반면 두산은 2패 이상의 충격을 떠안았다. 팀 타율 1위의 타선은 넥센 투수진에 막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불펜이 이틀 연속 무너져 믿고 맡길 카드가 없게 됐다. 그리고 김진욱 감독이 경기 지배력 면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해 자칫 3전 전패로 탈락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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