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8개월의 기적'…현대차 베이징 3공장의 비밀
입력 2012.10.23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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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현대 3공장 7월 가동…중국 100만대 생산시대 열어
베이징현대 차체라인. 100% 자동화율을 자랑한다.
[베이징 =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2002년 5월. 당시 세계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한국의 한 자동차 회사가 중국의 트럭 공장을 인수해 중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때만 해도 경쟁사들은 10년 뒤에 이 회사가 중국 내 5대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2010년 11월. 그 사이 부쩍 성장해 중국에서 연간 6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 이 회사가 세 번째 공장 건설에 나섰을 때 그 공장이 불과 일년 반 만에 양산차를 쏟아낼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중국 진출 10년 만에 해외 단일 국가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내 연간 1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 현대자동차 중국법인 베이징현대가 중국 시장에서 '시엔따이 수두(現代速度)'라는 별칭을 갖게 된 스토리다.
지난 7월 양산 가동에 들어가며 베이징현대에 연간 40만대의 생산능력을 더해 100만대 생산시대를 열어준 베이징현대 3공장을 22일 찾았다.
지난 2002년 베이징기차와 합작을 통해 1공장을 건설하면서 중국 대륙에 첫 발을 내디딘 현대차는 2008년 30만대 생산규모의 2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면서 연간 60만대 생산 규모를 확보했다.
향후 중국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 및 시장경쟁력 유지를 위해 지난 2010년 11월 착공에 들어간 현대차 베이징 3공장은 불과 18개월 만인 올 7월 양산에 들어가면서 중국에서 경쟁 중인 세계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경악을 자아냈다.
오석구 현대차 베이징 3공장장은 "경쟁사들이 통상 30개월 이상 걸리는 자동차 공장 건설을 단 18개월 만에 양산가동까지 해낸 것은 연구대상이라며 앞 다퉈 3공장 방문을 요청해 거절하기 힘들 정도"라며, "이는 현대차의 기술력이 유럽 선진 업체들보다 우위임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착공에서 양산까지 기간을 이처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1·2공장 건설과 운영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반영, 시행착오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베이징 1·2공장에서 동북쪽으로 약 20km 떨어진 베이징시 순이구 양전개발구에 위치한 3공장은 중국 현지에서의 제품 생산부터 물류에 이르기까지 각 공장 간의 상호 유기적인 협력 및 보완 체제를 구축했다.
베이징현대 3공장은 총 146만㎡(약 44만 평)의 부지 위에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모듈 공정을 갖춘 완성차 생산설비와 연산 40만 대 규모의 엔진 생산설비 등을 포함해 총 건평 26만㎡(약 7만9000평) 규모다.
각 공장 생산동은 터널로 연결돼 내부의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부품과 중간 생산제품이 신속하게 이동한다.
베이징현대 의장라인에서 중국인 근로자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베이징현대 3공장의 가장 큰 장점은 신속한 모듈 공급체계다.
샤시, 운전석, 프론트 등 각 부분에 적용되는 부품들을 모듈 형태로 사전 제작해 최종 조립 과정을 단순화하는 '모듈화'는 완성차 공장의 생산성을 가장 크게 좌우한다.
베이징현대 3공장은 이 모듈을 공장 내에서 공급받는다. 현대모비스의 모듈 생산라인이 베이징현대 3공장 내에 입주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덕에 트럭 등을 이용해 외부 공장으로부터 모듈을 공급받는 다른 자동차 공장들과 달리 베이징현대 3공장은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예상치 못한 물류차질이 생산차질로 이어지는 돌발사태도 피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중국 내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은 물론 베이징현대 1·2공장도 모듈 생산라인이 외부에 위치해 있다.
베이징현대 3공장이 담당한 역할도 막중하다. 중국 승용차 최다 판매를 기록한 위에둥(아반떼 HD)과, 현대차의 중국 전략 차종인 '랑둥(중국형 아반떼 MD)', 최근 중국 내에서 인기가 많은 SUV 차종인 싼타페가 3공장에서 생산된다.
위에둥은 지난 7월 가동과 함께 생산을 시작했고, 8월부터는 랑둥이 생산 품목에 추가됐다.
기자가 베이징현대 3공장을 찾았을 때도 차체공장과 의장공장에서 아반떼 MD를 닮은 랑둥 생산이 한창이었다.
신형 싼타페는 오는 12월 중순부터 3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그 밖에도 다양한 현지 전략형 모델들이 3공장에서 생산된다.
베이징현대 의장라인.
3공장과 1·2공장을 포함한 베이징현대의 3개 공장은 급변하는 판매수요와 소비자 트렌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첨단 설비와 함께 다차종 혼류생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3개 공장에서는 총 12개 모델이 생산되고 있다. 30만대 규모의 1공장은 엘란트라(아반떼XD), 투싼, 엑센트, 베르나, 밍위 등 5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으며, 2공장은 i30, 위에둥, ix35(투싼ix), 쏘나타(YF) 등 4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다차종 혼류생산시스템으로 베이징현대는 탄력적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동시에 다양한 고객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모델들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또, 해외공장의 우수 개선 사례들을 반영하고 검증된 신기술을 적용해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수용성 도료 적용 및 에너지, 오폐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통해 최고 수준의 환경 친화적 공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에서의 1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10년의 출발선상에 선 베이징현대는 또 다른 목표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백효흠 베이징현대 총경리는 이날 공장투어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년이 중국 시장에 '속도의 현대', '품질의 현대'를 각인시킨 기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그동안 쌓아온 시장경쟁력을 기반으로 현대차 브랜드를 중국의 대표 브랜드로 만드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