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서 빼온 정대현…’ PO는 야신시리즈?
입력 2012.10.1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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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통과 롯데, 정대현 효과 톡톡
SK도 정우람 등 야신 유산 즐비
플레이오프행 티켓은 세 번의 승리 모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롯데의 몫으로 돌아갔다.
롯데는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연장 10회 박준서의 결승 득점으로 4-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지난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두산에 덜미를 잡히는 등 가을 야구에서 유독 재미를 못 봤던 롯데는 5년 만에 상위 라운드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한국시리즈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에서 만난 상대는 정규 시즌 2위 SK. 특히 두 팀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당시 SK는 5차전까지 접전 끝에 롯데를 물리치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바 있다.
정대현-김성근-박희수.
야신의 유산, 정대현 vs 벌떼 야구
‘야신’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은 지난 2007년 SK 지휘봉을 잡은 뒤 재임 기간 내내 팀을 절대 강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시즌 도중 경질된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김성근의 SK’는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3회 우승)이라는 어마어마한 족적을 남겼다. SK가 강호로 거듭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역시나 ‘벌떼 야구’로 대변되는 불펜의 강력함 덕분이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해임되고 SK의 벌떼 불펜은 자의 반 타의 반, 해체 수순을 밟았다. 먼저 FA 자격을 얻게 된 전천후 좌완 이승호가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또 다른 핵심멤버 전병두와 고효준도 각각 부상과 군 입대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메이저리그행이 점쳐지던 ‘여왕벌’ 정대현마저 롯데로 이적하자 SK 불펜의 두께는 확연히 얇아졌다.
특히 정대현의 존재감은 분명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양 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즌 중반까지 부상으로 신음하던 정대현은 복귀하자마자 중간계투 보직을 받아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실점 없이 1승 2세이브를 거둬 롯데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고, 덕분에 MVP까지 수상했다.
정대현의 공은 빠르지 않지만 위력적인 싱커와 각 좋은 커브볼을 지녀 여간해선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구위 자체가 뛰어난 것은 아니라 일단 눈에 익게 되면 장타로 연결되는 모습이 종종 나오곤 했다.
문제는 플레이오프의 맞상대가 친정팀 SK라는 점이다. 누구보다 정대현을 옆에서 많이 지켜봤던 SK 타자들은 그의 투구패턴을 훤히 꿰뚫고 있다. 실제로 정대현은 부상에서 복귀한 뒤 유독 SK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프로야구를 떠난 지 벌써 1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짙게 드리워진 야신의 그림자도 이번 플레이오프의 관전 포인트다.
이만수 감독은 SK 사령탑에 오르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김성근 감독과 마찰을 빚었다. SK의 정식 감독이 된 후에는 메이저리그식 빅볼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해 본격적인 야신 색깔 지우기에 나섰다. 그 결과 올 시즌 SK는 팀 홈런 1위에 오르는 등 기존 짜임새 있던 야구에서 선 굵은 야구로 변모 중이다.
야신의 마지막 유산으로 불리는 좌완 계투 박희수와 새로운 마무리 정우람의 활약도 지켜볼만하다. 박희수는 올 시즌 8승 1패 34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했고, 특히 홀드 부분은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정우람 역시 30세이브를 찍으며 정대현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롯데 양승호 감독의 ‘야신식 스몰볼’도 관심사다. 양승호 감독은 부임 첫해였던 지난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로이스터 전 감독의 색체를 지우는데 성공했다. 올 시즌에는 번트 등 다양한 작전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 소위 ‘양떼 야구’라 불리는 계투진의 물량공세로 롯데 불펜의 무게감을 더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양승호 감독은 잦은 투수교체로 상대 타선의 흐름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보직에 상관없이 상황에 따라 맞춤형 구원투수들을 투입했던 작전은 김성근 감독을 연상케할만한 장면이었다.
한편, 이번 플레이오프는 15일 양 팀 사령탑과 주요 선수들이 참석하는 미디어데이 행사를 연 뒤, 16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5전 3선승제로 치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