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가 해냈다’ 사직구장 첫 가을잔칫상
입력 2012.10.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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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안방서 첫 시리즈 승리 만끽
'소통 리더십' 2년 연속 뚜렷한 성과
양승호 감독은 롯데 역사상 처음으로 안방에서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를 거둔 감독이 됐다.
8회 기가 막힌 동점을 만들며 분위기는 이미 롯데의 몫이었다. 마무리 정대현이 굳건히 마운드를 지키는 가운데 끝내기 역전 역시 극적인 장면으로 연출돼 사직구장은 뜨거운 눈물바다를 이뤘다.
롯데가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연장 10회 박준서의 결승 득점으로 4-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지난 3차전에서 패하며 심리적으로 위축이 됐던 롯데는 두산의 기세를 꺾으며 플레이오프행을 확정지었다.
‘사다리식 토너먼트’ 방식이 도입된 지난 1989년 이후 롯데는 모두 6차례 준플레이오프를 치렀고, 이 가운데 9경기가 롯데의 홈에서 열렸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마지막 우승이었던 1992년 삼성과의 준PO 1차전 승리 후 롯데는 20년째 안방에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준PO에서만 역대 전적 1승 8패(승률 0.111)라는 낯부끄러운 성적표를 홈팬들에게 선보였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타오른 투지는 0-3으로 뒤지던 8회,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 내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이후 연장 10회, 안타로 출루한 박준서가 손아섭의 희생번트로 2루를 밟은 뒤 상대 마무리 프록터의 와일드피치와 포수 양의지의 악송구까지 더해 그대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날 승리는 단순한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으로 규정짓기에는 의미가 남달랐다. 일단 롯데는 1999년 플레이오프(삼성전) 이후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상위라운드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더불어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롯데에 울음을 안긴 두산을 상대로 완벽한 복수전을 완성시켰다.
무엇보다 양승호 감독은 롯데 역사상 최초로 사직 안방에서 시리즈 승리를 결정지은 감독으로 이름을 아로 새겼다. 더불어 양승호 감독은 지난해 롯데를 사상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지난해 롯데의 14대 감독으로 부임할 때만 하더라도 양승호 감독을 향한 시선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증되지 못한 사령탑이라는 점과 이전 시즌까지 롯데를 강팀의 반열로 올려놓은 로이스터 감독의 그림자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우려대로 양승호 감독의 출발은 삐걱 거렸다. 시즌 초반 연패 수렁에 빠지며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하자 롯데팬들의 비난은 하늘을 찔렀고, 급기야 ‘무관중 운동’을 벌이자는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여름을 지나며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한 롯데는 보란 듯이 정규시즌 2위에 안착하며 팬들을 달래는데 성공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는 SK에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지만 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한 양승호 감독의 예행연습에 불과했다.
올 시즌에는 팀을 상징하는 거포 이대호의 일본 진출과 15승 투수 장원준의 군 입대로 전력구성에 큰 차질을 빚었다. 게다가 FA로 영입한 정대현과 이승호가 부상으로 인해 시즌 중반까지 팀에 합류하지 못하며 난항이 예상됐지만 양승호 감독은 꾸준한 성적으로 걱정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9월 들어 급격한 부진에 빠진 롯데는 5위 KIA와의 승차가 줄어들며 4강 탈락의 고비를 맞기도 했다. 당시 분명하지 않은 양승호 감독의 리더십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고, 일부에서는 경질설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양승호 감독은 말을 아꼈다. 대신 선수들과의 소통의 폭을 더욱 넓혀나갔고, 빛을 발한 믿음의 리더십은 타선의 폭발과 함께 5년 연속 가을 잔치로 이어졌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양승호 감독은 지난해에 비해 훨씬 노련한 작전 구사와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롯데의 플레이오프행을 이끌었다. 다만 롯데의 고질병이 되어버린 수비 실책과 주루사 등 미스플레이는 양승호 감독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에 대한 양 감독의 믿음은 변함이 없었다. 대표적인 선수가 베테랑 2루수 조성환이었다. 조성환은 1차전에서 결정적인 실책 2개로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한데 이어 2차전에서는 병살타로 만루 찬스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3차전에서도 타구 판단 실수로 홈에서 아웃돼 끓어오른 사직구장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4차전에서 조성환이 제외될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1경기가 아닌 포스트시즌 전체를 내다본 양승호 감독은 또 다시 조성환을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비록 3회초에 조기 교체아웃 시켰지만 조성환의 자신감을 살려주기 위한 배려임에 분명했다.
양승호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감독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섬세한 야구를 펼친다고도 볼 수 없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그의 행보는 롯데 구단 역사의 남다른 의미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역사의 완성은 역시나 우승반지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양승호 감독의 다음 상대는 롯데 지휘봉을 잡고 가을 잔치 첫 패배를 안긴 SK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