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시대가 불러온 ‘재미·감동없는 야구’
입력 2012.10.0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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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성공, 스몰볼 시대 불러와
꾸준하지 못한 특급선수 감동 반감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바야흐로 야구의 시대다. WBC와 2008 베이징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의 호성적 덕에 긴 침체기에 빠졌던 프로야구는 매년 폭발적인 관중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13년 만에 5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한 뒤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인 680만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흥행 열기는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지난 겨울 불거졌던 승부조작 파문에도 지난 25일, 총 관중 681만926명을 기록해 1982년 출범 후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했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프로야구를 사랑했던 골수 야구팬들은 예전에 비해 재미와 감동이 덜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한 경기 한 경기의 승부는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재미를 선사하지만 시즌 전체의 흐름을 놓고 보면 맥이 끊어지는 일이 빈번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급기야 올 시즌에는 각 팀 전력의 하향평준화에 이어 에러가 속출하는 경기가 자주 나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김성근 전 SK 감독은 스몰볼의 진수를 선보였다.
모두가 똑같은 스몰볼 ‘재미가 없다’
야구는 화끈한 공격을 지향하는 빅볼과 아기자기한 조직력으로 맞서는 스몰볼 등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감독들의 성향 차이일 뿐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구단들은 마치 입을 모은 듯 스몰볼을 구사하고 있다. 스몰볼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한 시점은 야구 침체기가 한창이던 2005년 선동열 감독이 삼성에 부임하고 나서부터다.
선 감독은 불펜을 중심으로 한 소위 ‘지키는 야구’를 표방하며 2005년과 2006년, 2연패를 달성했다. 그리고 ‘스몰볼+불펜운용’은 2007년 김성근 감독이 SK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정점을 찍는다.
SK는 철저한 팀플레이와 벌떼처럼 쏟아지는 불펜활용으로 단숨에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김성근의 SK는 지난 5년간 매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3번의 우승과 두 차례 준우승이라는 업적을 일궜다. 이는 다른 팀들에게 있어 본보기가 되기 충분했다.
특히 ‘김성근식 야구’의 정반대였던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의 재계약 실패는 스몰볼 지향에 불을 지폈다. 로이스터 감독의 야구는 팬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선사했지만 성적까지는 잡지 못했고, 하필이면 SK를 상대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올 시즌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선동열 감독은 여전히 ‘김성근식 야구’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롯데 양승호 감독과 두산 김진욱 감독, 얼마 전 물러난 김시진, 한대화 감독도 스몰볼을 지향하고 있다. 그나마 삼성 류중일 감독과 SK 이만수 감독이 빅볼을 추구하고 있지만 두 팀 모두 아직까지 전임 감독의 색채가 짙게 묻어있는 팀들이다.
사실 스몰볼은 선수 구성이 잘 짜여 있고 제대로만 구사한다면 확실한 승리를 가져다준다. 따라서 늘 성적이라는 부담감에 직면해 있는 현역 감독들에게 스몰볼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파리 목숨’이 돼버린 최근에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모두가 똑같은 색깔을 내고 있으니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스몰볼을 지향, 똑같은 야구로 지루함을 주고 있다.
한해 반짝, 꾸준한 특급 선수가 없다
현재 프로야구에는 특급 성적을 찍으며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들이 꽤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무명의 설움을 딛고 일어선, 이른바 ‘인간승리’의 주역들이다. 하지만 대부분 ‘한해 반짝’으로 꾸준함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2009년 KIA로 이적한 김상현은 그야말로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나갔다. 이전 시즌까지 통산 홈런이 33개에 불과했던 김상현은 유니폼을 바꿔 입자마자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타율 0.315 36홈런 127타점이라는 성적으로 팀을 우승으로까지 이끌었다.
당연히 시즌 MVP를 수상한 김상현은 5200만원이던 연봉이 361.5%가 인상된 1억 88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돈과 명예를 동시에 얻은 김상현이지만 꾸준하지가 못했다. 이듬해부터 잔부상에 시달리며 성적 하락은 물론 팬들의 기억 속에서도 서서히 지워져 가고 있다.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삼성의 최형우도 마찬가지다. 마침 일본 생활을 정리한 이승엽이 팀에 합류, 홈런왕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최형우는 시즌 초반 급격한 부진에 빠졌고,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리기까지 무려 두 달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물론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대호와 김태균, 그리고 한화 류현진과 윤석민 등은 매년 기복 없는 활약으로 프로야구의 아이콘이 된 선수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유계약 또는 해외진출 자격을 얻게 되면 모두들 국내 무대를 떠난다는 점이다. 2010년 전무후무의 대기록 7관왕을 차지한 이대호는 FA 자격을 얻자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로 이적했고, 7년 차 시즌을 보낸 류현진은 올 겨울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종목을 불문하고 팬들은 선수의 성장 스토리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휴먼 드라마에 적지 않은 감동을 받는다. 이는 곧 골수팬 확보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를 마케팅 측면에서 잘 활용해 보다 많은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현역 유니폼을 벗게 되는 레전드 선수들에 대한 대접도 찬밥이기는 마찬가지다. KIA에 19년간 헌신한 뒤 은퇴권유를 뿌리치고 LG로 이적한 이대진은 최근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에서 100승을 달성한 대선수이지만 작게나마 은퇴식을 열겠다는 계획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는다. 물론 양준혁과 이종범이 성대한 은퇴식을 열었지만 은퇴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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