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드라이어 퍼거슨…아킬레스건 안고 간다?
입력 2012.05.1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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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체력' 긱스 다음 시즌도 함께
중원싸움 열세원인 지적에도 긱스 고집
긱스는 후반 조커 역할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선수들의 '교관' 역할이면 충분하다는 평가다.
마음이 여려진 것일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헤어드라이어’라는 별명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수의 앞머리가 날릴 정도로 면전에서 불같이 화를 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베컴 등 맨유를 거친 내로라하는 스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덧 칠순이 된 퍼거슨 감독도 정에 이끌려 명예퇴직 대상자 정리에 주저하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올 시즌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낸 라이언 긱스(38)와 은퇴 후 복귀한 폴 스콜스(37)를 다음 시즌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명단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투명인간’으로 전락한 지난 시즌 득점왕 베르바토프(31)마저 전술에 넣을 것임을 약속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다렸다는 듯 잔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불혹을 앞둔 긱스를 억지로 끌고 가려는 인상에 여기저기서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현역 축구선수들에게 불혹은 황혼기다.
전문가들은 올 시즌 맨유의 치명적인 약점은 중원이었고, 이것이 경기를 장악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백전노장들의 빛바랜 투혼(?)이었다. 긱스는 노련미로 무장돼 있을지 몰라도 전반 45분도 소화하기 어려운 반쪽 체력이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
이를 톰 클레버리와 박지성, 마이클 캐릭 등이 메웠지만 한계가 있었다. 긱스에게 명예로운 은퇴 제안이 가장 현실적인 그림이지만, 퍼거슨은 다시 한 번 노장의 건재를 보고 싶어 한다. 지난날 영광을 함께 한 긱스가 반드시 해낼 것으로 믿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라이언 긱스.
문제는 긱스가 축구 포지션에서 가장 터프한 미드필드에 위치해있다는 사실이다. 혈전이 난무하는 축구전장 중심부(허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피지컬이다. 그러나 올 시즌 긱스가 선발 출격한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맨체스터 시티와의 우승경쟁 등에서 맨유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경기 직후 긱스는 “중원싸움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했다”, “형식적인 수비가담이 눈에 거슬렸다”는 등의 냉혹한 혹평을 들어야했다.
답은 나왔다. 긱스에겐 이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게 맨유 안팎의 냉정한 평가다. 소속팀을 위해 축구인생을 불살랐지만,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이 문제다. 전매특허 발재간과 프리킥은 여전하지만, 급격한 체력저하가 단점으로 떠올랐다.
긱스는 분명 맨유의 영원한 보물이다. 그가 맨유에 안긴 우승 트로피와 무형의 찬란한 선물은 셀 수 없이 많고 모든 팬들이 칭송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팀을 위해서라도 그에게 ‘일 대신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긱스를 '플레잉 코치'로 승격시키고, 박지성-클레버리-마이클 캐릭 등으로 선발 미드필더를 구성해 '조직력 완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긱스는 후반 조커 역할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선수들의 '교관' 역할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긱스는 스코틀랜드 출신 명장 퍼거슨의 아바타가 아닌 한 시대를 풍미한 웨일즈 전설 라이언 긱스일 뿐이다. "좋은 추억으로만 기억되는 긱스로 남아주길 바란다"는 서포터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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