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로·메시’ 지운 박지성…맨유서 스러지나
입력 2012.05.0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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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 공격수로 점차 입지 좁아져
맨유 세대교체 바람 큰 영향 미칠 듯
퍼거슨 감독이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부분은 역시나 미드필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히든 카드’ 박지성(31)이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 속에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박지성은 1일(한국시각),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1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 후반 13분 대니 웰벡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0-1로 패한 맨유는 맨시티에 선두 자리를 내주며 2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경기는 앞으로 박지성의 팀 내 입지를 가늠할 중요한 무대이기도 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측면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 이는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맨시티 미드필더 야야 투레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이겨내지 못했다. 경기 내내 폴 스콜스와 함께 투레의 협력수비를 펼쳤지만 현격한 힘의 차이를 실감했고, 결국 허리가 무너진 맨유는 맨시티에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박지성은 공격에서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나타내지 못했다. 원톱 공격수 웨인 루니 바로 뒤에 위치해 공격 시 공간을 열어주는 임무를 맡았지만, 박지성 특유의 위치선정은 이날 경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곧 맨유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박지성이 맨유라는 세계적인 클럽에서 생존할 수 있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왕성한 활동량이었다. 공격에서의 기술적인 부분은 부족해도 언제나 남보다 한 발 더 뛰는 부지런함과 헌신적인 플레이에 퍼거슨 감독과 팀 동료들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에이스 킬러'답게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 2차전 당시에도 박지성은 폭발적인 활동량을 바탕으로 에브라와의 협력 수비로 리오넬 메시를 봉쇄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덧 나이 서른 줄을 넘긴 박지성이 그라운드에 쏟아냈던 에너지는 이제 스러지고 있다. 박지성은 지난해 대표팀 은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맨유 잔류의 뜻을 확고히 했지만 올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다.
현재 퍼거슨 감독은 팀의 리빌딩을 차근차근 진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오일 머니를 앞세운 맨시티의 약진과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의 충격으로 인해 올 여름 대대적인 개편에 나설 전망이다.
퍼거슨 감독이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부분은 역시나 미드필더다. 이미 영국 현지에서는 맨유가 벤피카의 특급 윙어 니콜라스 가이탄(24·아르헨티나) 영입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이는 박지성 입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맨유는 박지성을 비롯해 안토니오 발렌시아, 나니, 애쉴리 영 등이 번갈아가며 측면 공격을 담당하고 있다. 모두 뚜렷한 자기 색깔을 띤 선수들로 퍼거슨 감독은 상대에 맞춰 고르게 기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박지성은 윙어로서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이다. 올 시즌 18번의 선발 출전 가운데 박지성이 날개 역할을 맡은 경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오히려 이번 맨시티전처럼 중앙 미드필더에 배치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사실 퍼거슨 감독은 몇 년 전부터 박지성의 보직변경을 시도했다. 폭넓은 활동량과 지치지 않는 체력, 그리고 뛰어난 수비력까지 갖춘 박지성의 역량을 측면이 아닌 중원에서 한껏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지난 2010년 AC 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에서 상대 공격의 젖줄 안드레아 피를로를 지워버린 경기가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박지성의 포지션 변신은 실패로 돌아가는 흐름이다. 수비적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패싱력과 골 결정력 등 공격적인 부분은 맨유라는 빅클럽에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퍼거슨 감독이 올 시즌 박지성의 출전 횟수를 줄이고 은퇴한 폴 스콜스를 다시 부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가이탄의 영입이 완료되면 퍼거슨 감독의 다음 타겟은 중앙 미드필더다. 라이언 긱스와 폴 스콜스는 이제 너무 늙어버렸고, 대런 플레처와 안드레손의 부상공백으로 인해 올 시즌 맨유의 중원은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많은 중원의 마술사들이 물망에 오르는 가운데 이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는 역시 가가와 신지다. 지난해 세레소 오사카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가가와는 유니폼을 갈아입자마자 팀 내 주전 자리를 꿰찼다. 중원에서 빼어난 공수조율 능력을 선보인 가가와는 올 시즌 16골-8도움을 기록,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2연패 달성의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일본 대표팀의 상징적인 선수라는 점은 아시아 시장 개척에 나선 맨유에 크게 어필하는 부분이다.
박지성은 지난해 맨유와 2012-13시즌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당초 박지성은 2~3년의 계약기간을 원했지만 결국 구단의 뜻대로 1년 재계약에 합의했다. 힘을 잃어가고 있는 박지성이 다시 재계약을 얻어낼 가능성은 아쉽게도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지난 7시즌간 맨유에서 많은 것을 이뤄왔다. 4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비롯해 챔피언스리그 1회, 칼링컵 3회 등 맨유의 성공시대에 박지성이 함께 했다. 2005-06시즌 맨유에 합류한 뒤 올 시즌에는 200경기 출장이라는 위업도 달성했고, 박지성보다 맨유 커리어가 많은 선수는 긱스와 스콜스, 웨인 루니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맨유와의 이별이 다가오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낸 박지성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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