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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결정적 순간 야신에 손 내밀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11.10.18 11:33
수정

시리즈 내내 ´믿음의 리더십´으로 승리

7회 ´야신 야구´ 구사하려다 실패

시리즈 내내 선수들에게 믿음을 실어줬던 이만수 감독대행은 단 한 번 믿지 못한 결과가 패배로 이어졌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SK 지휘봉을 잡은 후 김성근 전 감독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전임감독에 대한 예우, 현역 시절 스승으로 모셨던 점 등이 이유가 될 것이다. 게다가 김성근 전 감독은 ‘야신’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이만수 감독대행의 머릿속에서 김성근이라는 이름 석 자가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팀은 여전히 ‘야신’의 색깔을 띠고 있고, 4년간 수석코치와 2군 감독을 역임하며 김성근식 야구 스타일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이 감독대행은 전임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뚜렷하다.

지난 8월 감독대행이 된 이후 그가 입에 올린 ‘재미있는 야구’ ‘정면승부’ 등의 단어도 어쩌면 김성근 전 감독을 의식한 발언일 수도 있다. 야신의 야구는 이만수 대행이 추구하는 ‘메이저리그식 빅볼’과 정면으로 상충되는 전형적인 ‘스몰볼’이다.

이만수 감독대행의 발언과 퍼포먼스는 의도대로 야구팬들에게 많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경기 중 자리에 서서 끊임없이 선수들을 독려하는가 하면, 심판판정에 이의가 있을 땐 바람처럼 내달려 강하고 짧게 어필한다. 투수교체 역시 투수코치를 내보내는 여타 감독들과 달리 선수와 팬들에 대한 예의라 여기는 메이저리그처럼 자신이 직접 마운드에 오른다.

상반된 두 감독의 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선수기용이다.

야신은 데이터에 기반을 둔 치밀한 감독 중심의 야구를 구사한다. 선수의 의지보다는 감독의 판단이 중요하다. 반면, 이만수 감독대행은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기용한 선수들에게 끝까지 믿음을 실어준다. 이러한 믿음의 리더십은 지난 준플레이오프에서 KIA를 물리친 원동력으로 이어졌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만수 감독대행의 야구지론은 꺾이지 않았다. 8개 구단 중 화력이 가장 강한 롯데와의 타격전 승부에서도 정공법을 택해 극적인 1차전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2차전 들어 경기 막판 수세에 몰리자 이만수 감독대행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만다.

SK는 6회 전준우와 강민호에게 각각 투런포와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순식간에 3점을 내줬다. 곧바로 이어진 7회초, 최정의 안타와 이호준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찬스를 잡은 SK는 ‘가을 사나이’ 박정권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홈런을 기대했던 박정권의 방망이에서는 호쾌한 스윙이 아닌 번트 모션이 나왔다. 물론 이만수 감독대행은 경기 후 “박정권에게 번트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상대 허를 찌르는 ‘야신의 습관’이 몸에 밴 박정권의 판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후속타자 안치용이었다. 다행히 박정권의 안타로 1점 따라 붙은 SK는 무사 1-2루의 찬스가 계속됐다. 바뀐 투수 임경완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타율 0.400 2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안치용의 일발장타라면 역전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벤치의 지시는 희생번트였다. 안치용은 주자들을 한 베이스씩 진루시켰다. 이후 후속타자 김강민과 정상호가 3루수 황재균의 수비에 걸려 추가득점을 내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이 부분에 대해 이만수 감독대행은 “안치용의 타격감이 좋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앞선 타석에서 두 차례 삼진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안치용은 경기 막판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타자다. 시즌 타율은 0.311이지만 7회 이후에는 타율 0.364-장타율 0.576을 기록, 이대호급으로 변신한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의 2개의 홈런도 7회에 나왔다. 임경완과의 시즌 맞대결에서도 0.333(3타수 1안타)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만수 감독대행이 이러한 데이터를 누락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정규시즌 동안 동점 또는 앞선 경기에서 자신의 야구 철학을 고스란히 그라운드에 녹여냈지만 뒤지고 있는 경기에서는 전임 감독의 스타일을 좇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김성근식 ‘절대 지지 않는 야구’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 이만수 감독대행은 선수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고 야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어설프게 단 한 번 야신의 야구를 구사한 것이 패배로 이어진 씁쓸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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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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