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야신의 유산…이만수 색깔 입다
입력 2011.10.1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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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시리즈 전적 3승 1패 PO진출
긍정과 믿음의 리더십 효과 발휘
이만수 감독대행은 경기 내내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들에 대한 독려를 멈추지 않는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 저력이 발휘되는 순간 KIA에 역전의 꿈은 그저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이만수 감독대행이 이끄는 SK가 12일 광주구장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KIA와의 4차전에서 8-0 대승,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거둔 SK는 3일 간의 달콤한 휴식 뒤 오는 16일부터 롯데와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놓고 일합을 겨룬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지난 4년간 팀을 강호로 만든 김성근 전 감독의 ‘찬란한 유산’이 모두 빛을 발한 한판이었다.
불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한 ‘야신’은 팀의 기둥이 될 만한 핵심 전력들을 매년 키워왔다. 올 시즌은 군 복무 후 돌아온 박희수가 주인공이었다. 박희수는 39경기에 출전해 4승 2패 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하며 단번에 특급 좌완 셋업맨으로 떠올랐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3차전에 등판해 KIA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홀드 부문 1위를 차지한 정우람과 ‘여왕벌’ 정대현도 매 경기 연투했지만, 지친 기색 하나 없이 SK의 마운드를 책임졌다. 김성근식 강훈련과 철저한 투수운용 매뉴얼에 입각한 결과였다.
시즌 내내 고민거리였던 선발진도 포스트시즌에 돌입하자 사뭇 달라졌다. 선발 평균이닝이 4.1이닝에 그쳤던 SK 선발은 준플레이오프 치르는 동안 5.2이닝을 소화했고, 3·4차전 선발이었던 고든과 윤희상은 무실점 호투를 기록했다.
타선 역시 경기가 거듭될수록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가을의 사나이’ 박정권은 11타석 연속 출루라는 대기록과 함께 이틀 연속 볼넷만 5개를 얻어내는 무시무시함을 선보였다.
3차전까지 12타수 무안타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최정도 드디어 침묵에서 깨어났다. 이날 3회 윤석민으로부터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낸 최정의 방망이가 살아나자 SK의 공격도 함께 신바람을 냈다. ‘최정 안타=SK 득점’ 공식이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SK가 KIA에 압승을 거둘 수 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야신의 유산을 물려받아 좋은 경기를 펼친 이만수 감독대행의 리더십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만수 대행은 무리하게 김성근 전 감독이 만들어놓은 체제를 바꾸기 보다는 기존 틀 안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것이 야신보다 더 치밀한 투수운용이다.
이만수 대행은 이번 시리즈 들어 불펜투수들의 투구수를 30개 이내로 못 박았다. 이는 준플레이오프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야심이 엿보인 대목이다. 투구수 관리가 되다보니 연투가 가능해졌고, 선수들은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선발 김광현과 송은범도 크게 무리를 시키지 않았다. 3차전 선발 고든 역시 5회 1사까지 2피안타로 완벽 피칭을 펼쳤음에도 투구수가 80개를 넘어가자 미련없이 후속투수를 올리는 대담함까지 선보였다.
타격 부진에 빠져있던 최정을 끝까지 믿고 기용한 점도 이만수 대행의 두둑한 배짱을 알 수 있게 한 대목이다. 이만수 대행은 2차전이 끝난 뒤 최정에 대한 질문에 “못 쳐도 최정이 3번이다. 끝까지 믿고 갈 것이다”라며 강한 믿음을 실어줬다. 결국 최정은 4차전에서 윤석민을 무너뜨리는 2루타를 터뜨렸다.
대타 기용은 야신급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다.
SK는 1차전에서 윤석민의 호투에 눌려 자칫 영봉패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9회 올 시즌 대타 성공률 1위인 최동수를 과감하게 기용해 홈런을 만들어냈고, 2차전에서는 대타로 출장한 이호준이 끝내기 안타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4년간 SK 더그아웃은 웃음 대신 비장함만 감돌던 곳이었다. 야신의 철두철미한 야구는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하게 무장시켰다. 하지만 이 감독대행이 부임한 뒤로는 웃음꽃이 넘쳐흐르고 있다. 1차전에서 패한 뒤에도 SK 선수들 표정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경기 내내 자리에 서서 끊임없이 박수와 독려를 아끼지 않는 이만수 감독대행이 서서히 팀을 변화시키고 있다. 완벽할 것 같았던 야신의 야구는 이제 이만수 감독대행이 여유와 긍정이라는 색깔로 빈틈을 메워나가고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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