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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와 차두리의 ´애잔한 포옹´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10.06.23 11:38
수정

아르헨티나전 선발제외 음모론 제기에 답답

종료 휘슬 울리자마자 포옹하며 눈시울 붉혀

차두리는 자신의 선발제외가 허정무 감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면서 큰 부담을 안고 있었다. 무엇보다 대표팀 감독이던 아버지의 좌절을 지켜본 차두리는 허정무 감독의 고충을 가장 잘 이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태극전사들은 그라운드를 누비며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위업 달성까지의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기에 그 감격은 배가 됐다.

이영표, 박주영, 김재성, 김동진, 오범석, 김형일 등은 원을 그린 채 앉아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고 ‘캡틴’ 박지성은 이청용을 끌어안고 기쁨을 함께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선수는 다름 아닌 차두리였다. 종료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가장 먼저 허정무 감독에게 달려가 ‘격한 포옹’을 나눴다. 차두리는 허정무 감독에게 무언가 속삭였고, 허정무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과연 차두리가 허정무 감독에게 했던 한 마디는 무엇이었을까.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더반 모세스 마비다 경기장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겨 1승1무1패(승점4)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축구가 그토록 갈망했던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도 감격적이지만, 무엇보다 조별리그 3경기가 무척이나 험난했고 드라마틱했기에 선수들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출발은 역대 월드컵 가운데 가장 산뜻했다. 지난 12일 그리스와의 첫 경기에서 2-0 압승을 거둔 한국은 이번 대회 주인공으로 급부상하는 듯했다. 외신들의 찬사도 이어졌고 이탈리아 대표팀의 마르첼로 감독은 "한국-그리스전을 가장 인상 깊게 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허정무 감독은 단숨에 세계적인 명장의 반열에 올라선 것처럼 보였다. AFP,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 이운재 대신 신예 정성룡을 기용할 만큼 단호한 결단력이 승리의 원동력”이라며 허정무 감독의 결단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 같은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수비위주의 전술로 나섰다가 오히려 1-4로 대패하면서 단숨에 역적으로 돌변한 것. 특히, 1차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차두리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진화에 나선 것은 다름 아닌 차두리였다. 그는 "아르헨티나는 누가 나왔어도 어려운 상대였다"면서 "음모론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3차전을 앞둔 시점에서도 대표 팀을 흔들어선 안 된다며 축구팬들의 성원을 부탁했다. 그리고 차두리는 나이지리아전에서 다시 선발로 돌아왔다. 의욕이 너무 앞선 탓인지 실수도 있었다. 전반 12분 야쿠부의 선제골 상황에선 한 발 앞서 공을 걷어내지 못한 게 뼈아팠다.

아버지인 차범근 SBS 해설위원도 "차두리가 왜 먼저 걷어내지 않았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낙천주의자인 차두리는 결코 주눅 드는 법이 없었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열심히 뛰며 공격과 수비를 오갔고 허정무 감독 역시 끝까지 차두리를 빼지 않고 신뢰를 보였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경기 전 선수들에게 우리를 응원하느라 잠 안 자고 응원하시는 부모, 형제, 국민을 생각하라고 얘기했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울먹였다.

사실 허정무 감독의 선수기용은 감독만의 결단이 아니다.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도 밝힌 것처럼, 코치진과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고 당일 컨디션, 상대 스타일에 맞는 선수로 선발 11명을 뽑는다. 홍명보 감독은 2006 독일월드컵 때도 당시 딕 아드보카트 한국대표팀 감독과 핌 베어벡 수석코치가 선수선발 과정에서 심하게 언쟁을 벌였다고 공개한 바 있다. 선발 11명은 감독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

대표팀 감독 출신의 아버지를 둔 차두리는 이 같은 감독의 고충을 모를 리 없었다. 아버지의 좌절을 옆에서 지켜본 차두리는 허정무 감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선수였다. 나이지리아전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허정무 감독을 찾은 것도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을 노리고 있다. 상대는 역대 상대전적 ‘4전 4패’로 절대열세인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다.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한 수 아래인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우루과이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4득점, 무실점´으로 빈틈없는 경기력을 뽐냈다. 특히,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중심으로 한 개인전술과 부분전술이 강점이다. 남미지역 예선에서 아르헨티나를 정신없이 흔들어 궁지로 몰아넣은 팀도 우루과이다. 또 이번 월드컵에서 남미 팀들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대표팀으로선 큰 부담이다.

허정무호는 이미 16강 진출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이뤄냈다. 이제는 승패에 대한 부담 없이 ‘유쾌한 도전’에 나설 때다. 선수와 감독 간의 갈등보다는 이들이 그동안 이뤄놓은 성과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 절실한 때다.

한편, 허정무호는 오는 26일 오후 11시,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서 A조 1위 우루과이와 16강전을 펼친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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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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