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월드컵 불운·부담 털어낸 데뷔골
입력 2010.06.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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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전 프리킥 골로 한국 16강행 견인
월드컵 불운 딛고 부담 털어낸 데뷔골..16강 맹활약 예고
위업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는 역시 박주영의 발끝이 빛났다.
역시 박주영(26)은 타고난 해결사였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더반에 위치한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서 벌어진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마지막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의 파상 공세를 끝까지 막아내고 2-2 무승부를 이루며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매번 불리하게 작용했던 '경우의 수'도 이번에는 한국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같은 시간 벌어진 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마르틴 데미첼리스와 마르틴 팔레르모의 연속골로 그리스를 2-0 완파, 한국은 1승1무1패(승점4)로 조 2위를 차지하며 당당하게 16강에 올랐다.
위업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는 역시 박주영의 발끝이 빛났다.
한국은 박스 중앙에서 차두리와 경합하던 나이지리아 우체에 선취골을 내줬지만, 기성용의 크로스에 이은 이정수의 동점골로 전반을 1-1로 마쳤다. 기 싸움으로 팽팽했던 후반 4분, 박주영은 자신이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 키커로 나서 ‘신 거미손’으로 떠오른 에니에아마 골키퍼도 꼼짝 못하는 골을 터뜨렸다.
두꺼운 상대 수비벽을 피해 절묘하게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휘어진 볼이 골망을 뒤흔든 것을 확인한 박주영은 더반 스타디움이 울릴 정도의 포효를 하며 가슴 속 응어리를 모두 토해냈다. 이날 터진 월드컵 데뷔골은 아르헨티나전 통한의 자책골 아픔을 날려버림과 동시에 16강에서의 맹활약을 기대케 했다.
박주영은 2006 독일월드컵에 합류했지만, 조재진에 선발 자리를 내주주고 벤치에서 경기를 관전해야 했다. 기회를 잡은 것은 조별리그 최종전인 스위스와의 경기. 그러나 박주영은 불필요한 파울로 상대에게 프리킥을 내줬고, 이것이 그대로 골로 연결되면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부동의 No.1 공격수였지만, 월드컵 징크스가 만들어질 만큼 불운한 행보를 디뎠다. 조별리그 1차전인 그리스전에서 전체적으로 괜찮은 움직임을 나타냈다는 평가 속에도 결정적인 두세 번의 찬스를 놓치며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생각지조 못한 자책골로 대패의 빌미를 제공하며 심적 부담이 더욱 커졌다.
박주영은 주위 환경에 따라 특히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성격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쓴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 뒤에는 그라운드에서 경직된 모습을 자주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월드컵을 치르는 박주영은 “아르헨티나전 자책골은 어쨌든 내 실수다. 말이 필요 없다. 나이지리아전에서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낼 정도로 성숙했다. 말뿐이 아니었다. 각오대로 박주영은 나이지리아전에서 멋진 프리킥 한 방으로 한국을 16강으로 견인했다.
골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난 박주영은 이후 더 좋은 몸놀림을 과시했다. 적극적인 몸싸움과 박지성-이청용과의 2대1 패스로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은 박주영의 날카로운 움직임에 크게 당황했다.
월드컵에서의 한을 일찌감치 풀어버린 박주영은 이제 더 높이 나는 일만 남았다. 월드컵 데뷔골로 자신감을 충전한 이상 우루과이와의 16강전 키플레이어는 단연 박주영이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상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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