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투병에도 남부터 챙긴 50대 엄마…3명 살리고 하늘로
입력 2026.10.07 09:40
수정 2026.10.07 09:41
딸과 베트남 여행 중 뇌출혈로 쓰러져…간·양측 신장 기증
구진희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25년간 질환으로 입원과 치료를 반복하면서도 주변 사람을 먼저 챙겼던 50대 여성이 생의 마지막 순간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딸과 함께 베트남을 여행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진 뒤 생전 밝혀온 뜻에 따라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구진희(55) 씨는 지난달 18일 고신대복음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의 환자에게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구 씨는 지난달 12일 딸과 베트남을 여행하던 중 갑자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뇌출혈로 쓰러졌다. 현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이후 국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서울에서 태어난 구 씨는 1994년 결혼해 두 딸을 뒀다. 2001년 임신 중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을 진단받았다.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아 이후 25년간 입원을 반복했다.
몸이 아픈 가운데서도 주변 사람들을 먼저 살폈다. 2015년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부산으로 이주한 뒤에는 남편 회사의 신앙 모임에서 활동하며 직원과 가족들이 어려울 때 곁에서 힘이 됐다.
어린 자녀들을 대신 돌봐주고 새로 입사한 직원들의 회사 생활 적응을 도왔다. 환우들을 찾아 위로하고 캄보디아, 몽골 등으로 해외 봉사도 다녔다.
지난 8월에는 큰딸 지수 씨가 낳은 첫 손주를 품에 안으며 크게 기뻐했다. 내년 결혼을 앞둔 작은딸 지원 씨와는 결혼 준비를 함께하고 있었다.
남편 김기선 씨는 "당신을 만난 지 33년,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 잘 간직할게. 이제 아픔 없는 곳에서 걱정 말고 편히 쉬어. 사랑하고 너무 고마웠어. 안녕"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