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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아니요” 황인범 선 그었지만…‘96년생 은퇴설’로 또 시끄러운 한국 축구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10.07 08:32
수정 2026.10.0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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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 “11월 소집은 감독님이 선택할 문제” 동반 은퇴설은 부인

김민재·황인범 연이어 쓴소리…월드컵 실패 후에도 답답한 대표팀

황인범은 황희찬, 김민재 등 '96년생' 은퇴설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아니요, 아니요.”


황인범(FC포르투)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따라붙은 질문은 ‘대표팀 은퇴’였지만 답은 분명했다. 지금 당장 태극마크를 내려놓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1996년생 동갑내기 황인범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샬케04)의 국가대표 은퇴설이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6일 열린 우즈베키스탄전 직후 세 선수가 함께 사진을 찍은 장면,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인 황인범, 후배 선수들이 그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 등이 더해지면서 ‘마지막 인사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에 황인범이 직접 선을 그었고 대한축구협회 역시 관련 내용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도 경기 후 세 선수와 약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지만 은퇴와 관련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은퇴설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대표팀 안팎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오히려 선수들이 왜 이런 오해를 받을 정도로 무거운 감정을 안고 대표팀에 들어오고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황인범은 이번 우즈벡전이 끝난 뒤 한동안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황희찬, 김민재와 함께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세 선수는 1996년생 동갑내기로 대표팀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이다. 이 장면 하나가 ‘동반 은퇴설’로 번졌다.


심지어 오세훈이 황인범에게 다가가 90도로 인사하는 모습도 포착됐고, 이강인 역시 황인범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눴다. 마치 황인범이 대표팀을 떠나는 선수처럼 보일 만한 장면들이 연이어 나온 것.


황인범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사진 찍을 때는 울지 않았다”고 웃은 뒤 “지난 월드컵 때부터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렸다. 4년이란 시간을 다 함께 잘 준비했는데 결과가 아쉽고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경기를 앞두고 민재, 희찬이와 정말 최선을 다해서 후배들에게 뭔가를 보여주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희찬이와 오랜만에 꽤 긴 시간을 원 없이 뛰었던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원 없이 자기가 잘하는 축구를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가 눈물을 보인 이유는 은퇴를 확정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표팀이라는 자리가 선수에게 얼마나 무거운 의미인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감정이었다. 황인범은 “대표팀에 오면 항상 이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고참급이 됐고 그런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했다.


대표팀 은퇴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도 아니다. 선수로서 언젠가는 내려놓을 시기가 온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은퇴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황인범은 “11월 A매치 소집은 감독님이 선택하실 문제”라면서 은퇴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아니요, 아니요”라고 다시 답했다.


대표팀 핵심 수비수 김민재.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한국 축구는 지난 북중미 월드컵에 이어 이번 9~10월 평가전에서도 여러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일 베네수엘라전에서 0-0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96년생’ 김민재는 “수비수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심지어 모든 선수가 머리를 처박고 뛰어야 한다는 수위 높은 발언까지 나왔다. 황인범도 당시에 한국 축구의 현실을 에둘러 표현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발언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팀이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가’라는 의문점이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사임한 뒤 협회는 현재 이용수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식 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차기 회장 선거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대표팀 역시 홍명보 전 감독이 북중미 월드컵 이후 물러난 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체제로 9~11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즉 선수들 입장에서는 경기장 안에서 온전히 축구만 생각하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9~10월 A매치 4연전은 모두가 만족할 결과마저 얻지 못했다. 중원 싸움과 빌드업에서 불안한 모습이 나타났고, 상대의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하는 장면도 수차례 노출했다.


이번 ‘은퇴 해프닝’은 선수들이 대표팀을 외면한다는 뜻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대표팀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큰 선수들조차 현재 상황에 적지 않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선수들이 발언을 거둬들이고 사과한다고 해서 축구대표팀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대표팀의 핵심 선수들이 왜 경기 직후 공개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느냐는 점이다.


더욱이 한국 축구는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다. 월드컵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다. 11월 A매치는 선수 구성과 경기력을 점검할 사실상 마지막 시험 무대다. 그때까지도 대표팀의 감독 체제와 축구협회 운영이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한다면 선수들의 불안감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다.


황인범은 ‘96년생 은퇴설’에 대해 “아니요”라고 답했으나 한국 축구를 둘러싼 소음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은퇴설이었지만 다음에는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다. 명확한 비전이 그려지지 않는 한 태극전사들이 느끼는 중압감과 회의론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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