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이 군 면제 티켓 됐다”…韓 병역특례, 세계적 논쟁거리로
입력 2026.10.06 13:53
수정 2026.10.06 14:21
美·英·日·싱가포르 등 잇따라 조명…‘금메달보다 병역 혜택’ 부각
“53년 된 제도 여전히 공정한가”…선수 말실수 넘어 특례 존폐론까지
영국 가디언이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주장 이기혁의 병역 면제 관련 발언을 두고 “의무복무를 피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우쭐댔다”고 표현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둘러싼 ‘병역 특례 논란’이 해외로 번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일본 등 외신들은 선수들의 경솔한 발언 자체보다 금메달이 사실상 ‘군 면제 티켓’처럼 받아들여지는 한국의 병역 특례제도에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6일 이번 사태를 별도로 다루면서 논란의 초점을 53년 된 병역 특례제도가 지금도 공정하고 유효한가라는 문제로 확장했다. 매체는 국제대회 성과를 ‘국위 선양’으로 평가해 병역 혜택을 주기 시작했던 과거와 달리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달라졌고, 병역 자원까지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기혁이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기사에서 “의무복무를 피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우쭐댔다(proudly gloats about dodging compulsory service)”고 표현했다. 단순히 병역 혜택을 언급했다고 전한 게 아니라 ‘dodging(회피하다)’이라는 부정적인 표현까지 사용한 것이다.
미국 AP는 같은 대회 골프 금메달리스트 김주형을 다루면서 “그가 얻으러 온 것을 얻었다”며 금메달과 병역 면제를 사실상 하나의 결과로 묶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한국 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단순히 목에 거는 메달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정상급 프로선수에게조차 병역 혜택이 아시안게임 출전의 강력한 개인적 유인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에서도 논란은 그대로 전해졌다. 재팬타임스는 한국이 개최국 일본을 꺾고 4연패를 달성했다는 경기 결과보다 이기혁의 병역 발언과 사과를 별도 기사로 다뤘다. 특히 병역 면제가 한국 사회에서 민감한 사안이고 선수들이 통상 공개적인 언급을 피한다는 점을 소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발 더 나갔다. 이번 우승으로 대표팀 23명 가운데 20명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고 전하면서 선수 몇 명의 발언이 1973년 도입돼 53년째 이어진 제도 자체의 개편 논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축구선수 몇 명의 ‘말실수’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SCMP는 “몇 번의 영광스러운 순간으로 끝났어야 할 일이 한국의 병역특례 제도 개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 내 비판 여론을 소개하며 “50년 전에는 세계 사람들이 남한과 북한조차 구분하지 못했지만, 이제 금메달은 당사자만 기쁘게 할 뿐 대중은 그다지 관심조차 없다”는 반응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