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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살려야 지역도 산다…숨통 틔울 해법은 [지방은행의 비명④]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10.02 07:07
수정 2026.10.0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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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대출 넘어 비금융 솔루션으로

밀착형 관계금융으로 자리 잡아야

국내 증시가 조정장에 들어서면서 변동성에 피로감을 느낀 자금들이 은행권으로 몰리고 있다.ⓒ클립아트코리아

지방은행의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줄을 지키며 버텨왔지만, 돌아온 것은 부실이라는 낙인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각자도생뿐이다. 수도권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지방은행의 현실은 단순한 개별 금융사의 위기를 넘어 '지역 경제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방은행이 처한 구조적 딜레마를 짚어보고, 공존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방은행의 위기가 지역 경제 생태계 붕괴로 직결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급격한 지방 인구 감소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공세 속에 기존의 예대마진 중심 영업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은행이 단순 자금 창구를 넘어 '밀착형 관계금융'으로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지방은행 위기를 개별 금융사의 경영 악화가 아닌 지역 금융 안전망 약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은행의 약화는 곧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줄 경색으로 이어지고, 이는 지역 경제 생태계 전반의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예대마진 영업에서 벗어나 지방은행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그동안 거론된 대책은 지방자치단체 금고 등 공공예금 유치 시 지방은행 우대 배려, 지역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건전성 규제 가중치 완화 등 단기적인 정책 지원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는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핵심은 지방은행만의 최대 강점인 '관계형 금융'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관계형 금융은 계량화된 재무제표나 부동산 담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은행원이 현장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비재무적 정보와 기업가 평판, 정성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독일의 소규모 공공 저축은행 '슈파르카세'가 대표적 모델로 꼽힌다. 슈파르카세는 독일어로 '지역 저축은행'을 뜻한다.


지역 기업, 주민 간의 긴밀한 유대와 관계형 금융을 바탕으로 경기 침체기마다 지역 기업의 흑자 도산을 막아냈다.


지방은행이 이러한 관계형 금융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순 자금 공급자를 넘어 지역 기업의 경영 전반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일본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보다 앞서 지역 쇠퇴와 지방은행 위기를 겪은 일본의 대응 방식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21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의 부수업무 및 자회사의 사업 범위를 지역 개발과 지속가능성 확보 관련 업무로 대폭 열어줬다.


그 결과 지방은행이 지역 기업의 비공개 내부 정보와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대도시의 고급 인재를 지역 중소기업에 연결해 주는 '인재 가교' 역할을 수행하거나 경영 컨설팅, 디지털 전환(DX) 지원 등 다양한 비금융 신사업 모델을 안착시켰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소멸까지 거론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경제에 대한 금융지원을 크게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지역경제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들이 비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부수업무 및 자회사 관련 제도를 개선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업무들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지방은행이 이같은 경쟁력을 갖추려면 낡은 규제 체계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다.


엄격한 은산분리와 경직된 부수업무 규제는 지방은행이 비금융 신사업이나 맞춤형 기업 컨설팅, 실버 케어 사업 등을 추진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 정책금융과의 실질적인 연계도 필수 과제다.


정부는 호남·충청·영남권을 아우르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함께 지난해 12월 출범한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지역균형발전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정부 예산에만 의존하던 지역발전 구조를 민간자본이 지역 내에서 선순환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이 국민성장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하려면 지역 기업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방은행의 삼각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한국산업은행과 BNK·iM·JB 등 3개 지방금융지주는 최근 국민성장펀드 관련 정보교류와 공동투자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국민성장펀드가 지역균형발전에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하도록 힘을 합치자는 취지다.


이 같은 정책 연계를 통해 지방은행이 정책금융기관과 손잡고 지역 주력기업이나 일시적 경영 애로를 겪는 한계기업에 우대금리 대출을 지원해야 한다 .


또 혁신 스타트업에는 맞춤형 보증 서비스를 집중 공급하는 등 교두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대체 불가능한 역할은 과거처럼 금전적 지원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며 "은행이 비금융 분야까지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고, 대규모 정책금융에서 실질적 축을 맡기는 구조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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