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재제청 거부엔 한목소리 낸 민주당…김지용 임명 놓고선 '내홍'
입력 2026.09.30 07:00
수정 2026.09.30 07:00
강경파 "밀정"이라며 김지용 지명 철회 촉구
지도부, 당내 절차 없이 대외적 이견 표명 우려
중수청 출범 앞두고 청와대 결단에 주목
"개혁 거스르는 결정" vs "반발 일부에 불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관련 당정협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를 두고 한목소리를 냈던 더불어민주당이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놓고 다시 갈라지고 있다. 사법부를 향해서는 계파를 가리지 않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했다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정작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중수청 수장을 두고서는 '검찰개혁을 완성할 적임자'와 '제2의 검찰청을 만들 수 있는 인사'라는 정반대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종 판단이 임박한 가운데 김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사안을 두고 사실상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조 대법원장을 "이미 진압된 내란 세력의 마지막 외톨이"라고 규정하며 사퇴를 촉구했고,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최민희·이성윤 최고위원 등도 지난 22일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대법관 재제청 요구 거부 관련 규탄대회'에 참석하는 등 계파를 가리지 않고 총 공세에 나서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의 공세는 계파를 가리지 않았다. 법사위는 전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조 대법원장을 내달 6일 대법원 국정감사 일반 증인으로 채택했다. 증인 채택 사유에는 대법관 제청 장기 미이행으로 인한 위헌 상태 초래가 명시됐다.
같은 날 이어진 긴급 현안질의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박균택 의원은 "임명권자(대통령)가 대법원장의 제청에 따라 임명을 못 하겠으니 재제청하라는 것은 임명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조 대법원장을 향해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침해했다며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돼야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의 갈등이 국회로 번진 가운데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까지 밀어붙이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김지용 후보자를 둘러싸고서는 민주당 내부에서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후보자는 검찰청 폐지 이후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내란·외환 등 중대범죄 수사를 맡게 될 중수청의 초대 수장으로 지명됐다. 1999년 검사로 임관해 춘천지검장, 대검 형사부장, 광주고검 차장검사 등을 지낸 검찰 출신이다.
강경파의 반발은 김 후보자의 검찰 경력과 과거 검찰개혁 관련 행보에 집중돼 있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김 후보자를 두고 "조직 내에서 사법 정의를 버리고 신발 거꾸로 신은 자"라며 "그냥 밀정이라고 본다"고 직격했다. 김 후보자가 과거 검찰에서 맡았던 사건 처리 과정 등을 문제 삼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김용민 의원도 검찰 출신 인사가 중수청장이 되고 차장 등 수뇌부까지 검찰 출신으로 채워질 경우 공소청과 중수청이 인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성윤 최고위원 역시 "검찰청을 폐지해놓고 인력과 조직 권한을 그대로 남겨둔다면 '간판만 공소청으로 바꾼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제2의 검찰청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준형 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신장식 혁신당 대표는 김 후보자 인선을 두고 "검찰개혁이 아니라 검찰 개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초대 차장으로 검찰 공안통 출신인 임현 변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검찰 출신 인사들이 중수청 수뇌부를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반면 민주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은 강경파의 공개 반발에 제동을 걸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지난 22일 인사 문제에 대한 의견은 당내 절차를 통해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외적으로 표명이 되면 야당과 뭐가 다르겠나"라고 경고했다. 전용기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특정 결론을 내릴 때까지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듯한 모습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민주당 내 찬성론도 이어지고 있다. 박균택 의원은 29일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10월2일 중수청이 출범하는데 아직 김 후보자 인사청문안이 국회로 안 오고 있다. 오늘내일 중에는 뭔가 결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김 후보자를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기표 의원도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김 후보자의 인품과 수사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중수청이 제대로 된 수사기관으로 출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에는 계파와 상관없이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김 후보자 인선에서는 검찰개혁의 방향을 놓고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조 대법원장 사안을 둘러싼 갈등은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과 사법부의 역할을 둘러싼 여권의 공통된 문제의식이 작동한 반면, 김 후보자 문제는 검찰개혁을 어떤 방식으로 완성할지를 놓고 당내 노선 차이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인사 찬반을 넘어 여당 지도부와 강경 개혁파 사이의 당내 의사결정 방식을 둘러싼 충돌로 번지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최종 판단할 인사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행태를 경계하고 있지만, 추 지사와 김 의원, 이 최고위원 등은 검찰개혁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인사라면 당내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당내 이견이 이어지자 김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 제출도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이달 중순 청문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이 대통령의 추가 검증 지시 이후 절차가 멈춰 있는 상태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중수청이 내달 2일 출범을 앞두고 있는 만큼 청와대가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당내 강경파의 반발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청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반발이 있는 김 후보자를 굳이 임명하는 리스크까지 안고 갈 필요가 있느냐"며 지명 철회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 범여권 관계자도 "중수청 출범의 배경이 검찰개혁인데 또다시 검찰 출신을 수장으로 임명하는 건 개혁을 거스르는 결정"이라며 "중수청 출범이 임박했지만 초대 청장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민주당 의원은 "법무부 장관부터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장까지 공석인 점은 반성해야 한다"면서 "당내 반발이 있긴 하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